일제 강제징용 제주 노동자 태평양전쟁 최전선서 노역
조성윤 제주대 교수, 동원 지역 분석…일본서는 경제적 착취
(제주=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제주지역 일제 강제동원자들은 태평양제도(옛 남양군도)에서 노역을 치르거나 일본 본토에서 경제적 착취를 당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15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제주지역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상 건립 기념 학술세미나'에서 조성윤 제주대 교수는 '제주도 강제동원 특징과 의의'라는 주제발표에서 제주 강제동원 위원회 신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주 강제동원 위원회 신고자는 총 320명이다.
이 중 111명이 남태평양제도에, 107명이 일본으로 강제 동원됐다.
제주 강제동원자들이 끌려간 태평양제도 섬은 페릴리우섬(1명), 파라오섬(1명), 괌(2명), 사이판(3명), 티니안섬(1명), 트럭섬(1명), 동카로린제도트럭섬(1명), 도라쓰구섬(1명), 미레섬(2명), 마셜군도 윗제섬(12명), 우오쓰제섬(1명), 남태평양제도(1명), 동부뉴기니(14명), 길버트 타라와(7명), 솔로몬 군도(2명) 등이다.
필리핀(23명), 보르네오(2명) 등 동남아시아로도 강제동원됐다.
조 교수는 "이들 제주 강제동원 신고자의 동원 지역을 토대로 추정하면 제주 강제동원 노동자들은 미군과의 직접적인 전투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 길버트 제도와 솔로몬 제도 등으로 끌려가거나 동부 뉴기니와 솔로몬군도, 타라와 등 일본군과 미국이 격전이 벌였던 전장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길버트 제도에 있는 섬인 타라와와 마킨섬 등 미군이 태평양제도로 진격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작전상 요충지에도 다수 동원됐다.
조 교수는 동원된 노동자들 매일같이 비행장 건설과 참호 구축 등에 동원돼 중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기록됐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간 강제동원 노동자들은 탄광이나 조선소에 많이 동원돼 주로 경제적 착취에 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동원 피해 신고자 중 61명은 도내에서 강제 동원됐다고 신고했다.
1944년 말 일본군은 '결호작전'이라는 일본 본토 방어 작전을 수립하면서 제주도를 결7호작전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지정, 제주 섬 전체를 군사 요새화하면서 강제동원이 이뤄졌다.
도내 강제동원 노동자들은 오름 등에 진지와 군사도로를 조성하고 알뜨르 비행장, 고사포 진지 등을 구축하며 노역에 시달렸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 상은 민주노총 주관으로 강제동원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 2015년부터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지난 7월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노동자 상은 오는 12월 7일 제주항 제2부두 입구에 건립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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