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법 시동 건 중국…시진핑 특사 방북에 김정은 반응 주목(종합)
시진핑·트럼프 정상회담 결과 전할 듯…6자회담 복귀 촉구 관측도 나와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이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폐막한 지 20여 일 만인 17일 북한에 쑹타오(宋濤)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을 특사로 파견하기로 해 주목된다.
5년 주기로 당 대회를 하는 중국이 그 결과를 북한에 설명하기 위해 특사를 보내는 것은 일종의 '관례'였으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핵·미사일 도발 문제로 북·중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방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다.
이번 특사 파견은 중국이 지난해 2월 우다웨이(武大偉) 전 한반도사무특별대표 겸 6자회담 수석대표를 북한에 보낸 이후 1년 9개월 만에 이뤄지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국 고위층 인사의 방북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쑹 부장은 당국가체제인 중국에서 국무원의 부장급(장관급)보다 한 급 위인 데다 시 주석의 특사로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할 '사신'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크다.
지난해 10월에도 류전민(劉振民) 외교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이 조중(북한-중국)국경공동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북한을 방문했지만, 양측의 북핵 문제 논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형식은 중국 당대회 결과를 설명하려는 차원의 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북중 양국 최고지도자의 '간접 대화'여서, 이참에 북중 관계를 회복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시 주석은 그동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북 요청은 물론 북중 간 고위층 교류를 꺼려왔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과거의 대북정책을 수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9차 당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같은 변형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라오스·쿠바 등을 방문했던 쑹 부장은, 동일한 목적을 위해 방북한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15일 보도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에선 쑹 부장 방북을 계기로 북중 양국이 종전 소원했던 관계를 풀고, 국제 핫 이슈인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특사 파견 목적에 대해 "(특사의) 북한 방문 기간에 북중 양측은 19차 당 대회 상황 통보 외에 중북 양당과 양국 관계 등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중 양국이 지난달 중국 당대회를 기점으로 '관계 해빙'을 위한 다지기를 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로 연임한 데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축전을 보냈고, 시 주석이 그에 화답한 것만 봐도 관계 개선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부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례 없는 대북 압박 역시 북중 양국의 해법 모색에 계기를 제공했다는 시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집권 이후 북한 핵·미사일 도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대북제재 미흡을 이유로 중국에 외교안보·경제 압력의 수위를 높여왔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도발을 계속해온 북한으로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옵션 사용 가능성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대북제재 미흡을 이유로 중국 기업·금융기관을 상대로 한 제3자 제재를 불사하겠다는 미 행정부의 의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조성돼 북중 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올해 들어와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과 북한의 험한 대응 및 공격성 언사로 인해 북미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문제 해법 모색 흐름이 다시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 하는 기대감이 있다.
그간 트럼프 행정부는 제재 일변도로 압박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을 구사한 데 비해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틀 속에서 제재와 대화 병행 원칙을 강조한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이 대북 '대화 시도'에 양국이 뜻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중국 방문과 베트남 다낭에서의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 필리핀에서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 등을 기회로 이전과는 달리 북한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자제한 채 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발언해와 관심을 끌었다.
따라서 베이징 외교소식통들은 시 주석 특사인 쑹타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방북 기간 김정은 위원장 등 북한 고위층을 만나 미중 정상의 '의지'를 전달할 것으로 점친다.
근래 트럼프 미 행정부는 여러 채널을 통해 북한 붕괴, 흡수통일,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으며 미국의 북한 침공도 없다는 이른바 '4노(NO)' 대북 기조를 재확인해왔으며, 쑹 부장은 이런 내용을 설명하면서 미 행정부의 4노 원칙 의지를 재차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은 아울러 쑹 부장의 방북을 계기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가속할 것이란 전망도 따른다. 사실 중국은 6자회담을 재개시킴으로써, 북미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길 희망한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이 6자 회담 당사국 정상들과 정상회담을 마친 시점에 맞춰 대북 특사 파견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국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도발을 멈추고 대화 테이블로 나오라는 취지로 북한을 설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도 "북한이 두 달 가까이 도발은 멈췄고, 미국에서도 북미 양자 간 접촉 신호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 대화 쪽으로 기우는 움직임을 보이는 시기에 중국의 대북 특사 파견은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초점은 시진핑 주석의 대북 특사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모인다. 일단 북한이 특사 파견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대화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김정은 위원장은 쑹타오 부장이 들고오는 미중 정상의 메시지를 보고 나서 차후 대응책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진 교수는 "북한은 핵무기와 관련해 모든 것을 완성했다고 선포하지 않고 있고, 한 차례 더 핵실험을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이번 특사 파견이 양국 관계가 회복하는 계기는 되겠지만, 북한이 대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일 만큼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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