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前국정원장 3명 발언 온도차…"찬사 못할망정"→"송구"
'첫 조사' 남재준 "국정원은 자유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가장 강경
이병기는 "국민께 심려 끼쳐 송구스러워" 첫 사과 뜻 내비쳐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40억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전(前) 정부 국정원장 3인이 13일까지 모두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2∼3일 간격으로 연달아 검찰 포토라인에 선 남재준·이병호·이병기 전 국정원장은 하나같이 전직 정보당국의 수장으로서 검찰 수사 때문에 조직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을 걱정하는 심경을 밝혔다.
다만 조사 '순번'이 뒤로 갈수록 전직 국정원장들은 수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기보다는 조금씩 몸을 낮추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8일 처음 소환된 남재준 전 원장의 태도는 강경해 보였다.
기자들의 질문을 무시하고 조사실로 들어가려던 그는 '한 말씀 해 달라'는 요청에 "한 말씀 하겠다"며 발걸음을 돌려 당당하게 포토라인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국정원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며 "그런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찬사는 받지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인 뒤 짧게 목례를 하고 들어갔다. 따라가며 질문을 이어가는 기자들을 살짝 돌아보기도 했다.
다만 남 전 원장은 19시간 밤샘 조사를 받은 뒤 조사실을 나올 때는 "억울하다고는 이야기 안 했다. 조의를 표한다고 했다"며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이어 10일 검찰 조사를 받은 이병호 전 원장은 "안보 정세가 위중해 국정원 강화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때"라며 "오히려 국정원이 큰 상처를 입고 흔들리고 약화하고 있다.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는 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국정원 강화를 위해 국민적 성원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쳤지만, 비판적 내용보다는 안보위기론에 더 기댄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마지막으로 13일 출석한 이병기 전 원장은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안 그래도 위상이 추락한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이 문제로 여러 부담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앞선 두 원장보다 낮은 자세로, 처음으로 특활비 처리가 부적절했음을 인정하는 뉘앙스와 함께 사과의 뜻을 표했다.
세 전직 국정원장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남긴 말은 조금씩 달랐지만, 검찰 조사에서는 모두 청와대 요구로 특수활동비를 건넸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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