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처벌 원치 않는다"…성심병원 탄원서도 '강요'(?)
병원 측 "탄원서에 공감하는 사람만 자발적 참여"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한림대학교 성심병원이 이번엔 임금 체불에 대한 경영진의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직원들에게 탄원서를 돌려 사실상 강압적으로 서명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체육대회 장기자랑 프로그램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춤을 강요해 비난의 화살을 받은 데 이어 또 다른 '갑질 아니냐'는 항변이다.
13일 강동성심병원과 시민단체인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병원 측은 지난 9월과 10월 임직원들에게 탄원서를 돌렸다.
회람된 탄원서에는 "노동부의 일제 점검에 따라 논란이 된 근로에 대한 임금, 수당 등 관련 이슈가 원만히 청산되었기에 경영진이 일체의 관련 처벌을 받는 것을 원치 않는다. 금번 점검을 계기로 임직원 모두가 더욱 신뢰받는 노사문화를 이루고자 하니 이점 적극 반영 바란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특히 이 탄원서에는 서명자 본인의 성명, 부서, 직책, 연락처 등을 기재하게 돼 있어 '강압적 참여'로 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전·현직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강동성심병원이 탄원서를 돌린 시점은 고용노동부로부터 간호사를 비롯한 직원들에 대한 시간외수당 미지급·최저임금 미지급 등 각종 임금 체불 혐의를 지적받고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9월말이다.
노동부는 강동성심병원의 최근 3년간 체불임금 규모가 24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봤다. 병원 측은 뒤늦게 9월 말부터 64억원을 지급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국회 노동부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부가 생긴 이래 단일 사업장의 임금 최대 체불 사건"이라며 "병원 경영진이 체불임금 일부(64억원)만 지급한 정황으로 미뤄봤을 때 여전히 임금 체불이 중대범죄라는 인식을 못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갑질119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소희 노무사는 이에 대해 "노동부에서 책정한 임금 체불 금액을 다 지불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원만히 수습된 것처럼 탄원서를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런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심병원 관계자는 "탄원서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만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했으며 강압적인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며 "성명, 연락처 등을 기재하게 한 것은 일반적인 탄원서 양식을 따랐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병원장이 탄원서를 돌리기 전에 팀장급 관리자 30~40명을 직접 모아놓고 강제로 탄원서 서명에 참여하게 하진 말아 달라고 당부도 했다"며 "아직 검찰 조사 결과 전이라 임금 체불 금액이 240억원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성심병원 재단은 지난 주말부터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이 언론에 불거진 이후 별다른 공식 대책을 내놓지 않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윤대원 한림대의료원 이사장이 성심병원에서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윤 이사장의 개인 간호를 위해 동원됐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그러나 병원 측은 윤 이사장의 정확한 신장이식 수술 시점과 중환자실 간호사 파견진료 여부는 환자 개인정보와 연관한 부분이 있으므로 확인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성심병원 관계자는 "최근 윤 이사장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것은 맞다"며 "다만 세부 진료 내용과 어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간호사들이 윤 이사장을 돌봤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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