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조각가가 수십 년째 하얀 석고를 매만지는 까닭은
최의순, 김종영미술관서 15년 만에 개인전…석고 조각 선보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석고라고 하면 보통 조각의 원형을 뜰 때 사용하는 재료로 인식된다. 25년 가까이 석고 조각에 몰두해 온 원로 작가 최의순(83)의 작업이 눈에 띄는 이유다. "나무 구하기도, 돌 구하기도 힘드니 주워 놓은 나무와 타협해야 했다. 이런저런 것을 하려면 (돈이 들고) 그 돈이면 석고 몇 포대가 나오는데 석고 사고 크로키 하는 게 낫지 않나, 해서 그렇게 석고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최의순, 김종영미술관 인터뷰에서)
15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인 김종영미술관 '최의순 초대전'의 작품들도 석고 조각이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제작한 조각 18점과 드로잉 43점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 산자락의 전시장을 채웠다.
작가는 철사로 뼈대를 만든 뒤 갠 석고를 발라 형태를 만들어가는 직조(織造) 방식으로 보통 작업한다. 단시간에 완성하기에 손쉬워 보이지만, 그만큼 치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틀이 존재하지 않기에 똑같은 조각을 찍어낼 수도 없다.
김종영미술관 박춘호 학예실장은 13일 "작가가 직조 석고 작업을 고수하는 이유는 조각 예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공간과 볼륨의 문제에 천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빛을 작품에 한 요소로 활용하는데 매우 독특하다"라면서 "관객은 빛이 작품을 투영하며 형성하는 새로운 공간감을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3개 층에 나눠 전시된 18점의 조각 중 2점은 작가에게 큰 영향을 끼친 조각가 김종영과 신부 김태관을 점토로 제작해 석고로 뜬 구상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김종영미술관이 2010년부터 매년 가을 미술계에 귀감이 될 원로작가 1명을 선정해 소개하는 초대전이다.
전시는 12월 10일까지. 문의 ☎ 02-321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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