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여성 감금·성폭행·살해시도 20대에 징역 18년
울산지법 "22시간 감금하고 수차례 성폭행"…조두순과 달리 중형 선고
심리평가 "냉담하고 거짓말하는 사이코 패스 특성"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우리 집에 가자"는 제안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주점에서 처음 본 여성을 폭행, 집으로 끌고 가 수차례 성폭행하고 살해하려 한 2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A(21)씨는 올해 6월 친구들과 주점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한 친구가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을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A씨도 여성 일행과 인사를 나누게 됐는데, 특히 B(21·여)씨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다.
A씨는 술자리가 파하자 미리 받아둔 전화번호로 연락, 주점 앞에서 B씨를 만났다.
A씨는 "우리 집에 가서 쉬자"고 제안했으나 B씨는 이를 거절했다.
폭력이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A씨는 근처 공터로 B씨를 끌고 가 주먹으로 때리거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했다.
그는 저항이 어려운 상태가 된 B씨를 택시에 태워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자신의 공간에 들어선 A씨는 더 무자비해졌다.
A씨는 B씨가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고무망치와 쇠망치로 머리 등을 내리쳤다.
B씨가 기절하자 A씨는 그녀를 성폭행했다.
B씨가 정신을 차리자 다시 둔기로 때려 저항을 제압했고, 결국에는 목을 조르거나 흉기를 휘둘러 그녀를 살해하려 했다. 그런 과정에서 B씨를 두 차례 더 성폭행했다.
B씨는 머리와 얼굴 등에 심각한 상처를 입고 출혈이 심한 상태로 22시간 동안 방치됐다.
B씨는 그러나 의지를 잃지 않고 기지를 발휘, 지옥 같은 공간을 탈출할 수 있었다.
A씨가 잠시 조는 틈을 타 빼앗겼던 자신의 휴대전화를 되찾은 B씨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 친구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해 현장에서 A씨를 검거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를 대상으로 이뤄진 심리평가에서는 'A씨는 극단적으로 이기적이며, 타인을 목적 달성의 도구로 이용하고, 무책임하면서 냉담하고 쉽게 거짓말을 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특성을 보인다'는 진단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13부(강민성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등 살인), 강간, 감금 등의 혐의로 A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10년간 신상정보 공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A씨의 범행이 잔혹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선고는 이례적인 중형으로 평가된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20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는 이를 거의 수용했다.
특히 최근 법 적용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는 조두순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조두순은 8세 여자아이를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했지만, 징역 12년형을 받았고, 3년 뒤면 형기를 채우고 출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재판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이뤄지고 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성관계는 피해자와 합의로 이뤄진 것이고, 망치로 때린 것은 함께 죽기로 서로 합의했기 때문이다"라면서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감금한 사실이 없다"고 범행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객관적인 증거들도 있다"면서 "범행 동기와 경위, 범행에 사용된 위험한 물건과 위험성, 공격 부위와 강도 등을 고려하면 강간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일면식도 없는 무고한 여성을 잔혹한 수법으로 강간살인 미수를 한 데 이어 재차 강간한 점으로 볼 때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면서 "피해자의 육체적·정신적 고통과 충격은 실로 상상하기 어렵고, 가족들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수긍하기 힘든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피해 회복을 위해서도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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