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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조성룡 "소록도의 내일을 고민하는 일, 이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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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조성룡 "소록도의 내일을 고민하는 일, 이제부터 시작"

5년간 소록도 기록·보존 작업 이끌어…서촌 보안여관서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백 년 전 이곳 / 병들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 맨손으로 삶을 시작했어요 / 세월이 지나 / 사람들은 하나둘 떠나가고 / 허물어진 터만 남아 있네요 / 오늘 우리의 작은 손길로 / 그들을 기억합시다'(이정현 작사· 작곡)

소록도에 병들고 버림받은 사람들이 나타난 것은 조선총독부가 1916년 한센인 강제수용을 위한 자혜의원을 지으면서부터였다. 일제강점기 그들이 겪었던 끔찍한 일들이 광복 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적지 않다.

소록도는 이후 섬과 뭍을 잇는 다리 개통, 40여 년간 한센인들을 돌봐온 푸른 눈의 '할머니 천사' 방한 같은 뉴스가 나올 때 잠깐씩 화제가 될 뿐, 점점 잊혀가는 섬이었다.

7개 마을에 흩어져 사는, 대다수가 고령인 500여 명의 한센인마저 세상을 뜨고 나면 반세기 뒤에는 교과서에서나 이 섬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건축가 조성룡(조성룡도시건축 대표 겸 성균관대 석좌교수·73)의 마음이 급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조 건축가가 소록도에 발을 들인 것은 5년 전이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소록도의 한 폐교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섬에 가 보니 내가 짐작했던 소록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병원 정도만 떠올렸던 건축가는 그곳에서 '마을'을 발견했다.

국립소록도병원 직원인 이정현 씨의 노래 '소록도의 기억'에도 등장하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삶을 피워낸 사람들"의 흔적이 국내외 안 다녀본 곳 없는 원로 건축가를 놀라게 했다.

"문화공간은 필요에 의해 생겨야 하지, 무턱대고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아르코(문예위)에다가 이야기했지요. 조사부터 먼저 하자고요. 아르코에서 이를 지원할만한 기업들을 찾았는데, 아무도 나서지 않아서 결국 무산됐죠."

소록도는 조 건축가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는 다시 섬으로 다시 향했다.

한 달에 많게는 2번씩 소록도로 향한 그의 곁에는 사진작가, 시인, 학자, 기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이 동행했다.

그는 소록도 마을 기록·보존 작업에 착수한 이유로 "한센인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졌지만, 그들이 지난 100년간 어떻게 살았는지, 그들의 집이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는 다들 모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자혜의원과 비슷한 시기 생긴 첫 마을인 서생리, 5·16 이후에 조성된 구 새마을 등 소록도 9개 마을은 시대마다 양식도 자재도 다르다. 건축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소록도가 여의도 1.5배 넓이라 꽤 큰데, 곳곳에 사람의 흔적이 숨어 있어요. 지난 100년간 사람이 살았던 곳인데, 그 안에서도 대단히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이란 말이죠. 더군다나 격리돼 있었다면, 일반적인 도시사와는 또 다른 점이 있죠."

조 건축가와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을 중심으로 한 팀은 주민이 줄면서 30년 가까이 방치되다시피 한 서생리 옛터의 기록·보존에 먼저 나섰다. 나무와 풀로 뒤덮이면서 정글과 다름없이 변한 옛터를 정리하고, 무너져가는 건물들이 더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작업이었다. 이제는 주차장으로 바뀐 장안리의 유일한 건물인 옛 환우 숙소 한 채도 개축해 '소록도 100주년 기념 시설물'로 바꾸었다.

선유도 공원,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등을 설계한 원로 건축가는 "그런 건물은 다 고쳐서 쓰면 되는 것인데, 소록도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데다 100년의 아픈 역사가 서린 삶 터라 다른 작업보다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지난 5년간 해온 작업을 소개하고 지지를 요청하는 전시와 심포지엄이 서울 종로구 서촌의 보안여관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11일 열린 1차 심포지엄 '소록도의 보존과 재활용'에는 조경만(목포대·문화인류학), 김민수(서울대·디자인비평), 전진성(부산교대·역사), 조인숙(다리건축·문화재보존), 김영현(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이 참여했다.

25일에는 조 건축가를 비롯해 윤인석(성균관대·건축학), 김원식(건축역사비평), 최성우(일맥문화재단이사장) 등이 모여 2차 심포지엄 '소록도에서 보안여관까지'를 연다.

"우리가 한 일이 대단해서 보여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문제를 발견했으니,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러 사람에게 내용도 공유하고 도움도 청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소록도의 내일을 고민하는 일은 이제 시작입니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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