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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MB 겨냥한 검찰, 명백한 혐의 있다면 당당히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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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MB 겨냥한 검찰, 명백한 혐의 있다면 당당히 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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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MB 겨냥한 검찰, 명백한 혐의 있다면 당당히 조사하라

(서울=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현 정부의 '적폐청산'과 자신을 죄어오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바레인으로 출국하는 길에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였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고 "개혁인지 감정풀이인지 정치보복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것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 외교·안보에도,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뤘고, '부정적 측면이 있다는 건 모두 아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긍정적 측면이 부정적 측면보다 훨씬 크다는 걸 알아야 하고,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집권 기간 설사 잘못된 일이 있었더라도 급속한 성장에 따른 것이고, '적폐'로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인 듯하다. 가깝게는 검찰 수사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이 '군 사이버사령부 활동과 관련해 보고받은 게 있느냐'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그것은 상식에 안 맞는다. 상식에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수석은 검찰 수사를 직접 거론했다. 그는 "군과 정보기관의 정치 댓글을 눈곱만큼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잘못된 건 밝혀져야 하고 처벌되는 게 맞다"고 한 뒤 하지만 "북한의 심리전이 강해지는 전장에서 불가피하게 증원을 허가한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 (군과 정보기관의 댓글을) 시시콜콜 지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상에 어떤 정부가 댓글을 달라고 지시하겠느냐. 대한민국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정치 댓글을 단 것이 맞는다고 해도, 대통령이 지시하거나 개입한 건 아니라는 취지로 들린다. 하지만 이런 일방적 인식이 어느 정도 공감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의 적폐 수사에서 여러 가지 의혹을 받고 있다. 당장 급한 건 군 사이버사 댓글 공작에 관여한 의혹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전날 새벽 검찰에 구속됐다. 2010∼2012년 연제욱 전 사이버사령관 등에게 여권을 지지하고 야권을 비난하는 온라인 활동을 지시한 혐의다. 김 전 장관은 군 사이버사 인력 증원을 이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이 '우리 사람을 철저히 가려 뽑아야 한다'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군 내부 문건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말도 있다. 사실이라면 이동관 전 수석이 '시시콜콜 지시한 바 없다'고 부인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는 검찰 수사의 절차상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조사 과정에서 엇갈린 진술이 나오면 직접 당사자한테 확인하는 것이 검찰 수사의 기본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날 공항 발언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려는 검찰의 명분을 살려줬을 수 있다. 검찰의 이 전 대통령 조사는 '임박한' 현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사 방식과 시점을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날 공항에선 이 전 대통령의 출국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코너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촉구하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의 주장이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인 듯하다. 이날 자유한국당은 동조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선 '적반하장'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현실에 비춰 이 전 대통령 측의 공항 발언은 오롯이 자기중심의 상황 인식을 내보인 것 같아 답답하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정서를 겸허하게 살피는 것이 좋았다. 이 전 대통령의 그런 인식이 검찰 수사에까지 연장되지 않았으면 한다. 검찰은 이미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을 수 있다. 물론 검찰로서도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다. 특히 소환조사는 민감한 문제다. 처벌까지 밀어붙인다는 각오를 한다고 해도 웬만한 자신감으론 어렵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원칙에 따르는 게 정도다.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좌고우면하지 말아야 한다. 이 전 대통령도 부끄러운 과거의 관행에 기대어 본질을 회피하려 하면 안 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국민 앞에 당당하지 못한 태도다. 그런 식이라면 현 정부의 '적폐청산'을 반박할 명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검찰이 소환한다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힌다는 겸손한 자세로 응하는 게 마땅하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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