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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순·240번 버스…인터넷 망치는 무분별 '여론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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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순·240번 버스…인터넷 망치는 무분별 '여론재판'

인터넷 여론, 순기능 있지만 특정 개인 억울하게 매장하기도

전문가들 "소중한 공간, 누리꾼 스스로 지켜야"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안홍석 기자 = 가수 고(故) 김광석 딸 서연양 사망을 재수사한 경찰은 김광석 부인 서해순씨가 딸을 숨지게 내버려뒀다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서씨는 이미 '국민 악녀'로 낙인된 뒤였다. 의혹을 사실로 믿었던 이들은 경찰 수사 결과에도 동의하지 않고 경찰을 비판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인터넷 여론이 사회 고위층 비리 등 현안에서 막강한 파급력으로 순기능을 발휘한 사례도 많지만, 특정 개인을 '여론재판'식으로 공격해 억울한 피해를 겪게 하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킨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난 9월 인터넷을 달군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 사례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게시판에 한 누리꾼이 올린 항의글이 발단이었다.

정류장에서 아이가 먼저 내린 뒤 미처 내리지 못한 아이 엄마가 울부짖으며 문을 열어달라고 했음에도 버스 운전사가 이를 무시한 채 다음 정류장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글의 요지다.

글은 SNS와 인터넷 공간에서 급속도로 퍼졌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중심으로 운전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했다.

그러나 버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아이 엄마가 운전사에게 정차를 요구한 시점은 버스가 출발한 지 10초가량 지나 이미 차선을 바꾼 뒤여서 안전 문제로 정차가 어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운전사 잘못으로 매도하기 어려운 사안임이 밝혀졌고, 조합 게시판에 처음 글을 쓴 이는 "제대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오해했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그러나 운전사는 이미 비난 포화에 시달려 만신창이가 된 뒤였다.

이같은 여론재판뿐 아니라 익명성에 기대 특정인에 대한 모욕을 퍼붓거나 무분별한 '신상털기'로 피해를 만드는 것도 인터넷 여론의 특성이다.

최근 배우 김주혁이 사고로 숨지자 '남성혐오' 성향으로 지목받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게임을 하다 차를 타고 있던 남자가 죽는 것을 보고 '주혁했느냐'라고 했다"는 등 고인을 조롱하는 글이 여럿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한샘 여직원 성폭행 논란 사건, 부산 여중생 '피투성이 폭행' 사건 등에서는 사건 관련자와 무관한 이들의 사진이 유포돼 엉뚱한 사람까지 피해를 보는 등 지나친 신상털기도 인터넷 공간의 문제로 계속 지적돼 왔다.

전문가들도 인터넷 공간의 이같은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하면서 누리꾼 스스로 자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의 분노나 평소 억눌린 감정 등을 익명성을 이용해 비아냥대면서 터뜨리는 것"이라며 "평소에 그런 말을 하지 않던 사람도 군중심리로 그런 말을 쏟아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이미 인터넷 공간은 존엄성이나 예의가 전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시민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나라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누리꾼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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