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도 부흥기념관 '조선인 학살' 영어해설문 가해성 옅어져"
'가차없이 참살'→'폭행·살상했다'…한쪽선 "일어 원문에 충실" 주장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도쿄도(東京都) 스미다(墨田) 구 소재 부흥기념관에 전시됐던 간토(關東) 대지진 조선인학살을 해설하는 일어의 영어 번역 패널이 변경돼, 일어 원문에 없었던 "가차 없이 참살됐다" 등의 표현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도쿄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를 두고 "학살의 가해성이 옅어졌다"며 유감이라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 "일어 원문을 충실히 번역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립 요코아미초(橫網町)공원에 있는 부흥기념관 내 조선인학살 관련 패널은 기념관 리뉴얼 사업으로 지정관리자인 도쿄도위령협회가 일어로 먼저 제작, 2013년에 게시했다.
이후 패널을 추가 제작했으며 번역회사를 통해 영어 번역문도 2015년 1월 부착했다.
도쿄신문은 도쿄도 공원과를 인용, 지난해 여름 이후 "번역이 정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메일 등으로 제기되자 공원과의 판단으로 위령협회를 지도해 지난해 11월에 이를 교체했다고 보도했다.
일어 문장에 있던 '조선인을 폭행·살상했다', '일본의 통치하'라는 기술은 이전 영어 번역문 패널에는 '많은 조선인이 가차 없이 참살됐다', '조선의 식민지기(期)'를 의미하는 문장으로 해설됐다.
위령협회 측은 당시 번역회사로부터 외국인의 감각으로 전달하기 쉽도록 일부 내용을 보완해 번역한 것으로 들었다고 신문에 밝혔다.
그러나 패널을 교체하면서 이러한 내용은 일어 문장대로 대응하도록 바뀌었다.
요코아미초공원에서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을 매년 개최해 온 관련 시민단체의 아카이 히데오(赤石英夫·76) 씨는 "원래의 영문이, 사람들이 유언비어에 선동돼 죽창 등을 사용해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사실이 잘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번역가 앨런 글리슨(66) 씨는 "다소 강한 표현을 통해 사실의 심각함과 전달방법의 진지함을 이해할 수 있다"며 "'일본의 통치하'보다는 식민지였다고 쓴 이전 패널이 시대 배경도 이해하기 쉽다"고 신문에 말했다.
반면 일문 작성 시 관련된 다카노 히로야스(高野宏康·43) 오타루상과대 학술연구원은 "일어 원문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특히 공적 시설의 전시에선 다양한 입장에서의 합의가 축적된 표현이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계기로 일어 내용을 향후 더욱 확실히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부흥기념관은 내진 공사로 인해 이달부터 휴관 중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앞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관례를 깨고 올해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식에 추도문을 보내지 않아 논란이 됐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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