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공개' 네이버 공세에 구글 '침묵'…언쟁 정체 국면
"논평 없다" 반응만…응대 시 韓 정부 규제 본격화 위험 커질 듯
네이버도 부담…상황 정체되면 '구글 핑계 책임 회피' 역풍 공산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거대 인터넷 사업자인 네이버와 구글의 최근 '국정감사발(發)' 설전이 정체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세금·망 사용료 회피 등 구글의 핵심 약점을 총정리한 네이버의 '작심' 질의에 구글이 수일째 '대응할 것이 없다'며 입을 굳게 닫은 것이다.
우리 정부가 외국계 IT(정보기술) 업체에 대해 조세·공시 등 규제 강화를 검토하는 상황이라, 구글로서는 네이버의 질의에 답하다 자칫 더 불리한 상황에 몰릴 공산이 크다.
현재는 네이버 측 우세가 뚜렷하지만, 네이버도 상황을 자축하긴 어렵다. 자사 논란이 나오면 구글의 조세 특혜 등 '역차별'을 강조해 위기를 모면한다는 지적이 적잖았던 만큼 '또 구글 탓만 한다'는 역풍이 일 수 있다.
12일 포털 업계에 따르면 구글코리아는 '매출·세금·고용현황·망 사용료를 밝히라'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의 9일 자 공개 질의에 지금껏 "코멘트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구글 비판 발언을 내놓자 "사실관계가 틀렸다"며 이례적 반박 성명을 내놓았을 때와는 태도가 180도 뒤바뀌었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향에 관한 질문에도 "논평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있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한 대표의 공개 질의가 구글의 '아킬레스건' 사안을 몽땅 모은 '결정판'이라 섣불리 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평이 많다.
한 대표의 공개 질의는 A4 종이 7장에 달하는 분량으로 ▲ 매출·법인세 공개 ▲ 망 사용료 부실 납부에 관한 답변 ▲ 한국법인 고용현황 공개 ▲ 검색 어뷰징에 대한 해명 ▲ 불법정보 대응법에 관한 외부 검증 요청 ▲ 검색 결과의 금전적 영향 여부 등 7개를 담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구글을 옥죄는 족쇄는 세금과 망 사용료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란 지위를 앞세워 지금껏 국내 매출·영업이익과 세금 납부액을 공개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몰래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법인으로 돌려 세금을 낮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또 대규모 트래픽을 일으키는 1위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국내 통신업계를 압박해 인터넷망 사용료를 거의 안 내는 것으로 알려져, '갑질'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수십억∼수백억원씩 내는 망 사용료를 시장 지배력을 통해 회피해 공정 경쟁에 반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공개 질의에서 네이버가 작년 망 사용료로만 734억원을 냈다고 밝혔다.
한 IT 업계의 관계자는 "네이버의 공개 질의는 구글과 관련된 문제를 꼼꼼하게 정리한 '아젠다'(의제) 수준"이라며 "구글코리아가 아닌 미국 본사도 쉽게 얘기 못 할 사안이라, 더 상황이 진전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번 언쟁이 자칫 네이버에 불리하게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스 서비스의 공신력 회복과 검색 지배력 남용 문제의 해결 등 내부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창업자와 현직 대표가 외국계 경쟁사의 특혜 문제를 공격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이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IT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지금껏 네이버가 자사 관련 논란의 타개책으로 '구글' 카드를 너무 많이 썼다"며 "구글이 '세금 문제는 직접 당사자인 세무 당국과 풀겠다'는 원칙에 따라 질의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면 네이버만 '자기 잘못을 남 탓으로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구글의 설전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의장이 네이버 검색 신뢰성 등에 관해 질타가 쏟아지자 세금 회피 같은 구글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강조하면서 불거졌다.
주요 외국계 IT 사업자가 법인세를 제대로 내지 않고 고용을 너무 적게 하는 등 책무 이행에 소홀해 토종 기업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호소다.
구글코리아는 이번 달 2일 이 전 의장의 발언에 대해 "사실관계가 틀렸고 매우 유감"이라며 반박 성명을 냈다. 타사를 언급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는 자사 홍보 원칙을 깬 이례적 행보였다. 네이버는 일주일 뒤 공개 질의서를 내놓으며 구글 측 주장을 재반박해 '설전 2라운드'의 불을 붙였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해 "공개 질의에 답할지는 구글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답이 없다고 추가 액션(대응)을 할 계획은 없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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