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신부, 술취해 성폭행 당한 소녀에 "당해도 싸" 논평으로 뭇매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한 사제가 술에 취해 북아프리카 이민자와 어울리다 성폭행을 당한 소녀를 향해 "당할 만 했다"고 논평해 뭇매를 맞았다.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북부 볼로냐 교구 소속의 로렌초 귀도티 신부는 한 미성년자 소녀에게 벌어진 사건이 알려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라냐들이 헤엄치고 있는 통에서 수영을 하면서 팔 다리가 잘리는 것을 불평하면 안된다"며 성폭행의 책임을 소녀에게 돌렸다.
그는 "유감스럽긴 하지만 지독히 취한 소녀가 누구에게 불평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옷이 반쯤 벗겨진 채 깨어난 것은 이 소녀에게 일어날 수 있었던 최소한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소녀는 술에 취해 북아프리카 출신 남성을 만났는데, 깨어나 보니 옷이 반쯤 벗겨져 있었고, 가방이 없어졌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귀도티 신부는 이어 난민 수용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비꼬는 듯 "술을 마시며 '모든 사람을 환영해야 한다'는 장황한 이론까지 실천한 것이냐"며 피해 소녀에게 독설을 날렸다.
그의 페이스북 게시물은 친구 신청을 한 사람에게만 공개되는 것이었으나, 누군가에 의해 언론에 제보돼 삽시간에 퍼지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당황한 볼로냐 교구는 "귀도티 신부의 의견은 개인적인 것일 뿐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하는 교회의 생각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귀도티 신부는 쇄도하는 비난에 "피해자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려 한 게 아니었고, 단지 청소년과 그들의 부모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 했을 뿐"이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비난이 거세지자 피해자와 그의 가족에게 무조건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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