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AA,중국산 항공기 '수출허용'…中의 보잉 300대 구매대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전 美, '감항(堪航) 실시절차' 합의해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이 보잉 항공기 300대를 구매한 대가일까. 미국이 중국산 여객기 C919의 해외시장 진출의 길을 열어줬다.
10일 중국 CCTV 인터넷판인 앙시망(央視網)에 따르면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중국 민용항공국(CAAC)은 지난달 27일 '감항(堪航) 실시 절차' 협약에 합의했다. 중국산 항공기가 운항하기에 적합한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감항증명(airworthiness certificate)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민용항공국이 인증한 민간 항공기는 앞으로 관련 문건을 미국 FAA에 제출하면 미국 측은 관련 문건에 대해서만 절차적 심사를 벌여 통과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미국에서 별도의 인증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이번 합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맞아 2천535억 달러(282조원) 규모의 경협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여기에는 370억 달러(41조3천억원) 상당의 보잉 항공기 300대를 한꺼번에 구매 주문한 것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화끈한 선물보따리에 대한 미국의 답례로 해석된다.
중국이 개발한 대형 항공기 C919는 지난 5월 첫 비행에 성공한 뒤 지난 8일에는 상하이 푸둥(浦東)공항에서 8천m 상공까지 오르는 5차 시험비행을 실시한 상태다. 이미 국내 항공사와 리스사들로부터 총 730대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이 C919기의 해외 판매에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았다. C919기가 미국과 유럽에서 감항증명을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간 항공전문가들은 중국산 항공기에 대한 미국의 기술적 신뢰도가 낮은 데다 미국이 자국 항공기 제조업 보호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쉽게 감항증명을 내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에 따라 이 감항증명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이 절치부심해 개발한 C919는 국제시장에 참여할 자격도 주어지지 않은 채 중국 내 자급자족용 항공기로 전락할 참이었다.
2008년 첫 비행 후 지난해 중국 국내노선에 투입된 중국산 중소형 여객기 ARJ21도 아직 미국과 유럽에서 감항 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제작된 항공기를 구매자에게 인도할 때에는 항공당국의 규격 적합성 심사를 받고 해당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상태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해당 항공기에 대한 '제품 합격증'과 해당 항공기 기종에 대한 '모델 인증'이 필요하다.
이번에 미중 항공당국이 합의한 것은 '모델 인증'과 관련된 감항 증명 획득절차인 것으로 보인다.
C919 제작사인 중국상용비행기공사(COMAC)의 우웨(吳躍) 총경리는 "미국 FAA의 감항증명은 대다수 국가들이 준용하는 것으로 양국 항공당국간 이번 합의는 C919의 해외수출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항공당국간 합의에 따라 유럽항공안전청(EASA)의 중국산 항공기에 대한 감항증명 논의도 용이해질 것으로 중국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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