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최저임금 보조 내년만 3조 원, 그다음은 어떡하나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영세사업자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년에 3조 원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9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시행계획안을 확정했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고용보험에 가입한 30인 미만 사업장의 월급 190만 원 미만 근로자에게 1인당 월 13만 원까지 지원한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16.4%)이 직전 5년간 평균 인상률(7.4%)을 초과한 부분을 계산한 12만 원에 노무비용 등 추가부담금 1만 원을 합한 금액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해고 우려가 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경비원·청소원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고용인원이 30명을 넘더라도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자금은 사업주 신청을 받아 현금으로 입금하거나 사회보험료를 상계처리하는 방식으로 지급된다.
합법적으로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나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자, 65세 이상 신규취업 근로자, 5인 미만 농림·어업 사업체 근로자도 지원 대상에 넣었다. 이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고 있지만 현행법상 고용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다. 또한 영세사업장의 사회보험 신규 가입을 촉진하기 위해 보험료를 깎아주거나 세액공제해주는 방안도 별도로 마련했다. 안정자금 지원 대상이면서 신규로 건강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는 한시적으로 보험료를 50% 줄여주고, 시급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1.2배 미만을 받는 근로자가 4대 보험에 새로 가입하면 기업 부담액의 50%를 2년간 세액공제해준다.
이 시행안은 내년 한 해만 적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경우를 가정한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혜 대상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불안감을 1년 유예하는 미봉책'이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6천470 원에서 내년 7천530 원으로 대폭 올렸고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인상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이번 시행안은 세부 시행 계획인 셈이다. 민간기업 인건비 지원에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대한 타당성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정부가 '내년 1년' 한시적으로 지원안을 세운 것도 그런 논란을 의식한 때문인 듯하다. 김 부총리는 "한시적 지원을 원칙으로 하되 내년 상반기 집행 상황을 봐가며 하반기에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 "한시적으로 하는 게 원칙이지만 한해 해보고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행안은 말 그대로 정부 안이다. 국회 예산심의 결과에 따라 규모나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 중기업계와 소상공인들은 그러잖아도 2019년 이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민간 인건비 재정지원' 대책을 세운 것은 '소득주도' 성장과 소득 양극화 완화의 절박성 때문일 것이다. 논란을 감수하고 내놓은 만큼 관련 예산의 국회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저임금 산입 범위 개편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의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혹시 모를 지원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영세 사업주들이 인건비 부담을 못 견뎌 고용을 줄일 경우 그 부작용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떠안아야 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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