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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뒷받침하는 교통과 물류…'도어 투 도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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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뒷받침하는 교통과 물류…'도어 투 도어'의 세계

신간 '배송추적'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도 수천만 명이 이동하고 수억 개의 물품이 운송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교통과 물류다.

신간 '배송추적'(사회평론 펴냄)은 오늘날 우리 일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교통과 물류의 세계를 들여다본 책이다.

전작 '102톤의 물음'(2013)에서 쓰레기 문제를 다뤘던 미국의 저널리스트 에드워드 흄스는 이번에는 '문앞에서 문앞으로' 물건과 사람을 이동하게 하는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세계를 파헤친다.

아침에 눈을 떠 밤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일상 속에서 접하는 모든 물건은 엄청나게 많은 이동 거리를 거친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 고객의 손에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 6+가 들어가기 전까지 아이폰의 부품은 지구를 적어도 8번 일주할 수 있는 거리를 이동한다.

이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은 3개 대륙과 일본과 대만에 있는 최소 20여 개의 공장이 제공한다. 어떤 부품은 다른 부품과 합쳐 조립하기 위해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갔다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홈버튼을 살펴보자. 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있는 공장에서는 인조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홈버튼의 커버로 가공한다. 이어 890km 떨어진 장쑤(江蘇) 지역에서 가져온 금속 테두리와 결합한 다음 1천600km 떨어진 대만의 공장으로 이동한다. 여기서는 상하이(上海)의 공장에서 온 구동칩과 유럽의 실리콘 웨이퍼 가공 공장에서 오는 터치 ID 센서 칩과 홈버튼의 커버를 결합한다.

또 다른 대만 공장에서는 이어 상하이에서 수입한 스프링과 보강재, 일본에서 만든 버튼스위치를 조립해 일본으로 보낸다. 일본 공장은 레이저 용접으로 밀폐된 터치 ID 모듈을 만들고 중국 정저우(鄭州)의 폭스콘 공장으로 보낸 뒤에야 비로소 최종 조립된다. 홈버튼 하나를 만드는데 부품들이 조립지까지 이동한 거리는 1만9천300km고 전체 부품을 고려하면 총 25만7천500km를 이동해야 아이폰 1대가 만들어진다.






아이폰의 사례는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과거 모든 것을 직접 조달해서 완제품을 만들었던 수직통합기업의 시대보다 지금은 이런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고 비용도 저렴하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후계자로 팀 쿡을 영입한 이유 역시 쿡이 공급사슬 전문가로 물류를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쿡은 거대한 공급망을 이용해 재고를 월 단위가 아닌 하루 단위로 관리했다. 이를 위해 자체 공장을 운영하는 대신 고객에게 판매하기 며칠 전에 부품과 완제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아이폰의 혁신은 제품뿐 아니라 물류에서 완성된 셈이다.

도어투도어 세계의 다른 한 축은 교통이다. 저자는 미국의 교통 현실을 소개하면서 자동차 중심 교통문화를 비판한다.

2011년 7월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시는 평소 차량정체가 극심했던 고속도로에 새 차선을 붙이는 공사를 위해 주말 동안 도로를 폐쇄했다. 사람들은 이 공사를 '카마겟돈'(carmageddon)이라고 부르며 걱정했지만 정작 그날 사람들이 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 카풀, 우버를 이용한 덕분에 교통체증은 오히려 평소보다 완화됐다. '카마겟돈' 대신 '카마헤븐'(carmaheaven)이 열린 것이다.

저자는 '카마헤븐'의 경험으로 사람들은 차가 '필수'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자동차 문화에 대해 새로운 각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책은 기존의 도어투도어 세계의 변화에도 주목한다. 지금의 세계 물류체계를 가능하게 했던 중국의 노동자들이 더 나은 임금과 복지, 노동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로 나갔던 제조업이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늘어나는 추세 등도 도어투도어 체계를 단순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기술적인 요인으로는 3D 프린팅의 발전과 자율주행차의 등장을 든다.

3D 프린팅 기술이 발전하면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한 뒤 공장에서 매장을 거쳐 물건을 받는 게 아니라 인터넷으로 디지털 파일을 내려받은 뒤 동네 3D 프린터 가게에서 제품을 받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어 자율주행 자동차가 자동차의 발명만큼이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한다. 책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차량정체 해소는 물론, 수많은 인명 사고 방지와 낭비에 가까운 자동차 소유 문화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며 지금 우리가 '카마겟돈'에서 '카마헤븐'으로 가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한다.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도어투도어 세계가 변함없이 세계를 움직이는 중추이자 핵심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김태훈 옮김. 420쪽. 1만6천원.

zitro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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