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명절 때만 먹는 과일?…재배면적 16년 새 57% 줄어
추석·설에 전체의 50% 팔려…품종 다변화 필요
(홍성=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품종 획일화와 수입과일 영향으로 국내 배 재배면적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 재배면적은 1만1천200ha, 생산량은 23만8천t으로 집계됐다.
2000년 말보다 재배면적은 57.3%(26만2천ha), 생산량은 26.5%(32만4천t) 감소한 것이다.
주산지 별 재배면적은 2015년 기준 전남 나주가 1천922ha으로 가장 많고, 충남 천안 1천78ha, 경기 안성 948㏊ 등으로 나타났다.
울산, 경북 상주 등의 재배 면적도 1천㏊ 내외라고 농진청은 전했다.
품종별 재배면적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생종인 '신고'가 8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조생종인 '원황' 6%, 기타 11%로 집계됐다.
배는 일반적으로 9월 상순 이전에 수확하는 조생종,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 사이에 따는 중생종, 그 이후에 거두는 만생종으로 나뉜다.
신고배는 중생종이어서 10월이 넘어가야 수확에 적기이지만, 이른 추석을 맞은 해에는 호르몬 처리를 해 출하를 앞당기는 경우가 많다.
배의 경우 명절 제수용과 선물용 수요가 높아 9월과 1∼2월의 판매량이 전체의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직 채 익기도 전에 배를 따다 보니 당도가 떨어지고, 추석에 맛을 본 낮은 품질의 '신고'에 대한 인식 때문에 배 소비가 감소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최장전 농진청 농업연구관은 "배 생산이 '신고'에만 집중돼 소비자들이 맛에 대한 편견이 생기고, 망고·파인애플 등 열대과일 수입으로 인해 입맛도 변하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농진청은 배 품종을 다변화함으로써 소비자의 기호에 맞추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푸른색 껍질의 '슈퍼골드'와 남다른 청량감이 일품인 '그린시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조이스킨' 등을 개발했지만, 인지도가 낮아 판매량은 신통치 않은 편이다.
이르면 2년, 길게는 3년 이내 수확 가능한 사과와 달리 배의 경우 식재에서부터 수확까지 5년 이상 걸려 농가에서 '모험'을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재배 관리가 쉽고 생산이 안정적이며 저장력이 좋은 신고배를 대체할 만한 품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충남농업기술원은 농진청과 공동으로 2021년까지 충남에 적합한 배 특화품종 개발을 목표로 천안, 논산, 예산, 당진 등 도내 배 주산단지에 신품종 시범재배 포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다양한 계절에 다양한 크기와 맛을 즐길 수 있는 일상소비형 배를 생산, 지역 배 산업 구조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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