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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무정부 상태 일소하라" 메이 총리에 압박 가중

보수당 의원들, 존슨-페이텔 장관 즉각 해임 촉구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영국 보수당 내각이 사실상 '무정부' 상태라는 혹평 속에 테리사 메이 총리가 지도력 회복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예상외 부진을 보인 메이 총리는 이후 지도력 회복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상황은 그 정반대로 악화하고 있다.

최대 과제인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협상이 '위자료'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으면서 당 내분이 가열하는 데다 주요 인사들의 성희롱 파문, 측근 인사의 장관 기용에 따른 정실 인사 논란 등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메이 총리에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당내에 자신의 영이 서지 않는 것이다.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정책에 대한 당내 이견이 주요 각료들 간에 노선 경쟁으로 비화하고 있으며 일부 각료들은 공공연히 메이 총리의 정책을 무시한 채 독자 행보로 이탈하고 있다. '프리랜서' 각료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이 총리가 당내 다수 의원으로부터 '무정부 상태'를 근절하라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전했다.

브렉시트라는 난제를 앞두고 당이 오히려 분열상을 보이는 데 대한 당 내외의 우려가 메이 총리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자신이 없으면 물러나라는 함의도 있다.

마지막 홍콩 총독을 지낸 원로 보수 정치인 크리스 패튼은 "내 생애 최대의 난제인 브렉시트를 앞둔 상황에서 총리가 신(神)의 우려를 국민에 전하지 못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총선에서 부진하면서 메이 총리의 지도력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다우닝가 10번지'(총리실)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국정운영이 중심력을 잃으면서 각료들의 개인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약화된 메이 총리가 섣불리 각료들을 해임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돌출 행동으로 논란을 몰고 다니는 보리스 존슨 외교장관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메이 총리가 물러날 경우 유력 후계자로 물망에 오르기도 한 존슨 장관은 지난 9월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협상에 대한 자신의 '금지선(레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공개적인 도전에 나서고 있다.

존슨 장관이 서툰 외교행적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존슨 장관은 최근 이란에서 구금된 한 이란계 영국 시민에 대해 의회에서 불리한 발언을 내놓아 오히려 이란 당국에 억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프리티 페이텔 국제개발장관은 총리나 외교부에 알리지 않고 지난여름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나 개인 외교를 펼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프리랜서 장관이라는 지칭을 받고 있다.

핵심 각료인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이 성희롱 파문으로 전격 사임한 데 이어 메이 총리의 정치적 측근으로 알려진 데미안 그린 부총리도 과거의 성추문 행적과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

마크 가니어 국제통상부 차관과 찰리 엘피커 전 하원 원내총무, 각료 출신의 스티븐 크랩 의원 등도 조사 중이다.

여기에 팰런 장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신속 단행한 후임 인사도 정실 인사 파문으로 오히려 당내 분란을 악화시키고 있다. 국방 분야 경력이 전무한 개빈 윌리엄슨(41) 하원 원내총무를 임명했다 당내 의원들은 물론 군부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메이 총리 노선을 이탈하거나 무능한 각료들의 해임을 촉구하는 당내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메이 총리는 숙정을 단행할 경우 더 많은 적(敵)을 만들 수 있다면서 주저하고 있다.

한 전직 각료는 FT에 "정상적인 상태라면 존슨과 페이텔 장관은 당연히 사퇴시켜야 한다"면서 메이 총리의 무대응을 꼬집었다.

메이 총리로서는 브렉시트에 대한 당내 토의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개각에 제한을 받는 실정이다.

또 개각은 진행 중인 의회 내 성추문 스캔들의 진전에 따라 더욱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메이 총리의 퇴진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중론이다. 보수당이 직면한 딜레마다.

FT는 8일 사설을 통해 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정부 출범으로 영국 외교의 양대 축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여기에 메이 내각의 난맥상이 국가 위상의 추락을 가속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yj378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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