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경찰, 시위대에 강경대응…차벽·방패·채증 재등장(종합)
트럼프 청와대 도착 직전 마찰 절정…도로 연좌농성자들 차벽 둘러싸
나무 깃대·피켓 빼앗고 도로 나온 시위대 광장 안쪽으로 밀어내기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새 정부 출범 이후 집회·시위에 최대한 유연하게 대처해온 경찰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첫날인 7일 서울 도심 시위대를 상대로 매우 강경한 대응을 보였다.
경찰은 올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6개월 가까이 시위 참가자들의 도로 침범이나 신고된 집회 시간의 초과 등 가벼운 범법 행위가 있어도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지 않고 일단 집회를 마무리하도록 용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차벽은 아예 등장하지 않았고, 방패나 곤봉으로 무장한 경비 경찰관도 집회 현장에서 보기 힘들었다. 경찰은 주로 교통 소통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9월에는 집회 현장에서 차벽을 원칙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집회 참가자 안전 보장이 어렵거나 폭력행위 제지가 곤란한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설치한다는 내용의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경찰청이 전격 수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 이날 서울 도심에 차벽이 다시 등장하는 등 경찰 대응은 지금까지와 사뭇 달랐다. 경찰개혁위 권고를 경찰이 받아들인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경찰 버스를 이용해 광화문광장을 남쪽 위주로 절반 이상 둘러쌌다. 일부 시위대가 세월호 천막 위에 올라가서 피켓을 들었지만, 차벽 바깥쪽에서는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이였다.
경찰은 차벽을 치는 등 시위대에 강경 대응을 한 것에 대해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 행렬이 지나가는 차로는 경호구역으로 설정돼 있어서 집회를 제한할 수 있으며, 연좌농성 중인 시위대를 더는 통제할 수 없어서 아예 차벽으로 시위대를 고립시켰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 만찬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갈 시점에도 시위대가 물품 등을 투척할 가능성에 대비, 그물망을 들고 대기하는 모습이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물병과 유인물을 던진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한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반대 목소리가 매우 거세져 방한 당일 돌발행동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경호법상 국빈으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 국가원수를 한 치의 빈틈 없이 경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처였다"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트럼프 방한을 반대하고자 모인 민의를 국민과 트럼프로부터 격리한 것"이라며 "차벽과 집회 금지의 본질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든 문재인 정부든 차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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