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격퇴전 마무리단계…시리아 쿠르드도 '팽'당할까
시리아 쿠르드, 선거 치르며 연방체제 준비…자치권 강화 시도
"美 시리아정책이 핵심 변수…시리아정부는 美동맹 아니므로 이라크와 상황 달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이 마지막 단계로 접어들면서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을 담당한 시리아 쿠르드계의 운명도 기로에 섰다.
이달 3일 시리아 북부 쿠르드지역에서는 2단계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올해 9월 최소 행정구역 '코뮌' 대표 선출에 이어 시(市)의회를 구성하는 선거를 시행했다.
내년 1월 3단계까지 투표를 거쳐 시리아 쿠르드는 '시리아연방' 체제에 대비한 자치정부 의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시리아 쿠르드계가 이라크쿠르드자치정부(KRG)와 동등 이상의 자치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시리아 쿠르드는 2011년 시리아내전의 혼란을 계기로 사실상 자치권을 확보했다.
시리아군이 국가 핵심자산이 집중된 다마스쿠스와 서부 일대, 알레포를 지키느라 북부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쿠르드계의 자치를 묵인했다.
2014년 파죽지세로 점령지를 확장한 IS를 저지하는 역할도 떠안았다.
쿠르드계는 시리아군과 반군 조직의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과 비교적 협력적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시리아군은 러시아·이란의 지원으로 내전에서 사실상 승리했고, IS의 점령지 탈환에도 성과를 내는 등 6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시리아정부가 쿠르드계의 자치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는 불분명하지만, 자칫 독립시도로 이어질지 모를 강력한 자치권을 부여하는 데에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시리아정부는 쿠르드의 지방선거를 놓고 '우스갯소리'로 폄하하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냈다.
시리아정부는 최근 이라크군의 키르쿠크 군사작전에 미국이 철저히 방관한 것을 보고 안도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RG의 페슈메르가는 IS로부터 이라크 북부를 지켜내고 격퇴전에서도 국제동맹군의 편에서 피를 흘렸으나 분리·독립 투표 후 서방으로부터 아무런 개입이나 도움을 얻지 못하고 무력하게 퇴각했다.
그러나 시리아 쿠르드계와 KRG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
우선 미국은 아사드 정권과 반대 진영이다. YPG가 시리아군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라크에서처럼 수수방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리아 쿠르드계는 아사드 정권의 후견인, 러시아와 관계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러시아는 시리아 사태를 해소하려 아사드 정권과 쿠르드 사이의 대화를 유도하고 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시리아 대표자회의에는 쿠르드계도 초대를 받았다.
또 그 자체로도 YPG는 시리아내전을 겪으며 페슈메르가보다 실전 능력이 더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카타르 도하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의 객원연구원 란지 알라딘은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YPG는 6년간 실전에서 잔뼈가 굵은 대원이 많다"면서 "YPG는 페슈메르가보다 조직력과 작전력이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쿠르디스탄 혁명'에 동참하겠다며 YPG에 합류한 자원병의 존재도 고려할 변수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의 태도가 시리아 쿠르드계의 연방·자치정부 구상의 성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리라고 본다.
미국은 터키의 강력한 반발에도 IS 격퇴전에서 YPG와 손을 잡았다.
미국 고위관료와 미군 수뇌부는 "YPG는 IS 격퇴전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력"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쿠르드 자치권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거리를 뒀다.
IS 격퇴전이 끝난다면 '효과적인 전력'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
뉴욕에 본부를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시리아 전문가 애런 룬드 연구원은 "시리아 쿠르드가 연방 구상을 안정적으로 달성하려면 미국의 시리아정책 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