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북핵 '슈퍼위크' 개막, 한반도 평화정착 계기 되기를
(서울=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 오전 아시아 순방의 첫 번째 방문국인 일본에 도착해 2박 3일 일정에 들어가면서 북핵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슈퍼위크'의 막이 올랐다.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도쿄도(東京都) 요코타(橫田) 미군기지에 내린 트럼프 대통령은 격납고에서 미군을 대상으로 한 연설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겨냥해 "어떤 국가, 어떤 독재자, 어떤 체제도 미국의 결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 하와이 태평양사령부를 떠나 일본으로 향하는 기내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은 미국과 세계의 큰 문제이며 우리는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한국, 중국을 차례로 방문하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문재인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이어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기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6자회담 참여국 중 북한을 빼고 5개국과 정상회담을 여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다낭에서 시 주석과 만나는 것까지 고려하면 북핵 관련 정상회담만 적어도 5차례에 달한다. 우리 정부가 신경 써야 할 최대의 변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더 공고해진 권력기반 위에 집권 2기를 맞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와 압박에 못 이겨 대북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 결과는 이후 이어질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6일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적 선택지'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결과를 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대북제재에 도움을 받으려 하나, 최근 러시아가 미국에 각을 세우며 중국을 대신해 북한을 지원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결과는 미지수다. 어느 것 하나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낮게 평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슈퍼위크 내내 각 정상회담 결과를 주시하며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 될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이를 '균형외교'로 돌파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에 대해서는 북핵 해결을 위한 공조는 필요하지만,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는 분명한 원칙에 따라 '선긋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업무오찬 때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도 구했다고 한다. 국민 정서와 대중 관계를 고려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있더라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 우리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과거와 같은 기계적 균형이나 줄타기 외교가 아니라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대중 관계를 개선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중 관계 개선은 첫걸음부터 불안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강경화 외교장관이 밝힌 이른바 '3불(不) 정책', 즉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MD)체계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을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이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불 정책은 기존 정책과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우리 측의 설명이 부족했을 수도 있는 만큼 한미정상회담에서 충분한 설명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대북 독자제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9월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은행과 관계자를 제재 대상 명단에 추가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금지한 5·24 조치에 따라 북한과 거래가 없는 상황에서 취해지는 상징적인 조치지만 한미 간에 긴밀한 공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작다고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우리 당국도 북한에 대한 미국 주도의 최대 압박과 제재에 동참하면서 한반도 평화실현 5원칙에 근거해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으로 시작된 슈퍼위크는 우리가 기본입장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준비하고 대처하면 한반도 평화정착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만 보고 기본입장과 원칙에서 벗어나 우왕좌왕한다면 북핵 해법은 더 꼬여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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