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전시 유치 제안도…관람객 목표치도 이미 달성"
취임 2년 맞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인터뷰
"미술관도 수익구조 중요…잦은 외부노출보다 계획 달성 중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월요일 아침을 시작하고서 정신 차리고 보면 이미 이렇게 금요일이 와 있어요."
두 손을 살짝 올렸다 내리면서 미소 짓는 바르토메우 마리 리바스(51)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모습에서 한결 예전보다 여유가 느껴졌다.
스페인 출신인 마리 관장은 2015년 12월 국내 최대 공공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외국인 수장이 됐다. 다음 달 취임 2년을 앞둔 마리 관장을 지난 3일 서울관에서 만났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며 새해 계획을 밝혔던 마리 관장은 올해를 돌아보며 "대중의 요구를 어느 정도 충족했다"고 자평했다. 과천관·서울관 기능 통합, 소통홍보팀·연구기획출판팀·고객지원개발팀 신설 등 30여 년 만에 대대적으로 단행한 조직개편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외부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이러한 변화가 도록을 비롯한 출판물 품질 향상, 관람객 소통 강화 등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올 연말에는 역동성과 접근성을 키운 통합 홈페이지도 열 계획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람객 수는 2015년 208만명, 마리관장 취임 첫해인 2016년 221만명, 올해는 (11월 2일 현재) 231만명을 기록했다. 마리 관장은 올해 목표치(222만명)를 이미 달성했음을 설명하면서 "단순히 수의 문제가 아닌, 관람객 만족도가 올라갔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대중의 미술관 호불호는 전시에 달렸다는 것이 마리 관장 생각이다. 개별 전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2015년 44개에 달했던 전시를 27개까지 줄인 그는 "어느 다른 기관과 비교해봐도 모두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특히 과천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역사를 몸으로 쓰다'를 언급하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술관에서 유치 제안이 들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성사되면) 우리 전시를 그래도 수출하는 것이니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행위예술 반세기 흐름을 보여주는 이 전시는 최근 방한한 엘리자베스 맥그레고르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회장도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전시 수출이 성사된다면 이 분야에서 하나의 물꼬를 트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역사를 몸으로 쓰다'는 세계 각국 작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한국 작가들로만 이뤄진 전시도 해외 미술기관에서 순회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전시 부분에서 마리 관장이 따끔히 비판받을 점도 있다. 올해 2월 개최하기로 했던 앤디 워홀 전과 내년 예정됐던 피카소 전이 줄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그는 "진행하다 보니 재정 부분에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강행 시 미술관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런 전시는 거액으로 큰 수익을 내기 마련인데 우리 기관은 수익을 바라보는 곳이 아니다 보니 (취소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공립·사립 무관하게 기본적인 수익구조는 갖추고 있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수익 창출이라는 구조가 도입된 적이 없어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분야 같다"고 말했다.
"우리 미술관이 더 국제적인 미술관이 되려면 50억 원 정도 소요되는 전시도 유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이나 일본 등 가까운 지역 미술관과 협업해 공동 개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우리가 출판물 판매 등을 통해 자체 수익을 내서 어느 정도 전시 비용을 상쇄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죠."
그는 그러면서 "입장료 부담으로 접근을 제한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모든 국민이 접근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미술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 미술관 목표"라고 강조했다.
짐작했듯이 도록은 마리 관장이 각별한 관심을 쏟는 분야 중 하나다. 마리 관장은 미술관 도록이 해외업체로부터 판매·유통 제안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 "파리나 런던, 뉴욕의 내로라하는 박물관 북샵에서 우리 출판물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뿌듯할까요. 국립현대미술관 내부 북샵 규모도 키워서 대중이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마리 관장은 주 중에는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 등을 무시로 돌며 업무를 본다고 했다. 올해 예산 증액분 225억원 중 195억원을 차지한 청주관 공사(2018년 12월 완공)도 꼼꼼히 챙기고 있다. 주말에는 다른 외부 기관 전시나 작가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낸다. 최근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의 영국문화원 소장품 전 '불협화음의 기술'을 관람했다는 그는 "공공기관 소장품이 자국 문화의 가치, 식견 등을 전달하는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위작 시비가 인 '미인도'를 과천관 소장품 특별전 '균열'에서 공개한 이유를 두고서는 "사회적 논란이 이는 작품인데 한국 대중이 보지 못하도록 꼭꼭 숨겨놓을 필요가 없다"면서 "유족을 배려하고 존중해 레이블을 붙이지 않고 논란 내용도 아카이브 전시를 했다"고 답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선임됐던 마리 관장을 대하는 국내 미술계의 평가는 여전히 후하지 않다. 별다른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마리 관장은 이에 "저는 신중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고 대부분 시간을 사교나 친목보다는 일에 집중하며 보낸다"라면서 "잦은 외부노출보다 계획을 수립하고 결과를 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조직의 안정과 통합, 한국 미술의 세계화가 우선 과제입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립미술관 사명을 잊지 않으면서 세계 최고 기관과 협력해 양질 전시를 공동 주최하는 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예정입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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