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시리즈 우승 휴스턴 금의환향…허리케인 상처 보듬고 축제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불과 9주 전 물에 잠겼던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시가지가 오렌지, 파랑 색종이로 뒤덮였다.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해 최악의 재난 상황을 겪고 나서 실의에 빠져있던 휴스턴이 프로야구단 덕에 모처럼 축제의 시간을 보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 선수단은 3일(현지시간) 휴스턴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벌였다.
1962년 창단 이후 55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른 휴스턴 선수단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였다.
휴스턴은 이틀 전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2017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5-1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앞서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휴스턴의 우승은 허리케인 피해로 상처받은 시민들에게도 큰 위로가 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가재도구를 모두 못 쓰게 된 일부 주민은 월드시리즈 기간 라디오로 중계를 들으면서 휴스턴을 응원했다. 피해를 덜 본 이웃집에 모여 함께 TV를 시청하며 휴스턴의 역사적 우승 순간을 지켜본 이들도 있다.
휴스턴 선수들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지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자 가슴에 '휴스턴 스트롱'(Houston Strong·휴스턴은 강하다)이라고 쓰인 패치를 붙이고 월드시리즈를 뛰었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금의환향한 영웅들을 휴스턴 시민들은 뜨겁게 맞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휴스턴 시에서 프로 스포츠팀의 우승 퍼레이드가 펼쳐진 것은 1994년과 1995년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우승 이후 처음이다. 1995년 로키츠의 우승 퍼레이드 때는 약 50만 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이날 휴스턴 시내 라마르 스미스 지역에서 출발해 시청 앞 축하행사장까지 이어진 애스트로스 선수단 퍼레이드에는 이를 뛰어넘는 인파가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은 "30℃의 기온에 습한 날씨에도 50만 명 이상이 퍼레이드를 지켜본 것으로 관계자는 추산했다"고 보도했다.
휴스턴 지역 매치 abc13은 시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약 100만 명이 우승 축하 행사에 참가했으며 그 수는 더 늘 수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시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라고 말했다.
휴스턴 시는 이날 행사로 시내 교통을 통제하고 주차장 이용도 제한한 터라 시민들이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일부 학교는 이날을 임시 휴교일로 정해 학생과 교직원들도 맘 놓고 퍼레이드를 지켜볼 수 있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퍼레이드 때 선수단을 좀 더 가까이 지켜볼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오전 9시에 행사장에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휴스턴 선수단은 가족. 구단 관계자들과 함께 대형 소방 트럭 등에 나눠 타고 팀 상징색인 오렌지와 파랑 색종이가 흩날리는 시내를 천천히 이동하며 팬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퍼레이드에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휴스턴 출신의 크레이그 비지오와 제프 배그웰도 함께했다.
7차전이 끝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휴스턴 팬들에게 바친다"고 입을 모았던 휴스턴 선수들은 이날도 휴스턴 시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 조지 스프링어는 퍼레이드 후 시청 앞에 마련된 우승 인사 자리에서 "우리 팀을 믿어준 여기 모인 모든 사람, 모든 휴스턴 시민과 텍사스 지역민에게 감사드린다. 모두가 우승을 축하하고 즐겼으면 좋겠다"면서 "휴스턴, 우리에게도 이제 챔피언 팀이 생겼다.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43세에 월드시리즈 우승 사령탑이 된 A.J. 힌치 감독은 "휴스턴, 우리가 해냈다. 이 친구들이 해냈다"면서 "서로 아끼면서 휴스턴을 챔피언 도시로 만들어 줘 고맙다"고 자신의 뒤에 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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