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 골리 맷 달튼, 태극기로 뒷문 지킨다
골리 패드·마스크에 태극기 디자인 넣어
(안양=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마치 커다란 태극기가 뒷문을 단단하게 지키는 것 같았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주전 골리 맷 달튼(31·안양 한라)의 모습이 딱 그랬다.
3일 안양 빙상장에서 진행된 대표팀의 첫 소집 훈련에서 달튼은 확 달라진 장비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이스하키 골리는 일반 플레이어와는 장비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다리에는 대형 패드가 달리고, 양손에는 퍽을 잡아내는 글러브와 퍽을 쳐내는 블로커를 갖추고 뒷문을 지킨다.
대부분의 골리는 이러한 장비에 저마다의 독특한 디자인을 가미해 개성을 드러내는데, 달튼이 고른 디자인은 태극기였다.
달튼은 태극기의 절반씩을 다리 패드 양쪽에 나눠서 그려 넣은 모습으로 이날 훈련에 참가했다. 다리를 모으면 태극기가 완성됐다.
블로커에도 태극 문양이 들어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골리 마스크의 뒤통수 부분에는 태극기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달튼의 소속팀인 한라 관계자는 "시즌마다 골리 장비 디자인을 바꿔서 주문 제작하는데, 달튼이 올 시즌에는 태극기 디자인을 골라서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에 귀화 선수는 7명에 이른다. 달튼은 지난해 3월 31일 귀화했다.
새로운 국적을 얻게 된 달튼은 다리 패드에 새긴 태극기로 자신의 새로운 뿌리를 드러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훈련 뒤에 만난 달튼은 이에 대해 "한국 대표팀 선수로 각오도 다질 겸 이 디자인을 선택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사실 처음에는 한국 대표팀 선수로 뛴다는 것이 불편했다. 하지만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점점 더 편해졌고, 이제는 '팀 코리아'에 대한 애정이 강해지는 걸 느낀다"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이 패드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소개했다.
달튼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보스턴 브루인스를 거쳐 세계 2위 리그인 러시아대륙간리그(KHL)에서 3년을 뛴 뒤 2014년 7월 실업팀 한라에 입단했다.
달튼이 태극마크를 단 데에는 KHL 경험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당시 러시아에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의 뜨거운 열기를 직접 느낀 달튼은 자연스럽게 올림픽 무대를 동경하게 됐다.
달튼은 "올림픽 일부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경험인가. 내 인생,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귀화 선수들도 제각각 자신의 포지션에서 대표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선수지만 달튼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단기전에서 골리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력의 70% 이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라트비아가 파란을 일으켰던 것도,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체코가 캐나다, 러시아를 꺾고 금메달을 거머쥔 것도 골리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달튼 역시 자신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달튼은 장밋빛 전망대신 신중하게 말했다.
그는 "평창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지금으로써는 어떠한 예상도 하기 어렵다"며 "다만 열심히 훈련하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 팀을 돕겠다는 것, 그 생각뿐"이라고 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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