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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됐다며 기뻐하고 남자친구도 소개해줬는데…"

창원터널 사고 희생, 효심 깊었던 배모(23·여)씨 안타까운 사연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냉혹한 화마는 남자 친구와 함께 무지갯빛 꿈을 그리던 사회초년생마저 삼켜버렸다.




지난 2일 창원터널 앞 폭발·화재 사고로 숨진 배모(23·여)씨는 집안에서 가장 효심이 깊었다.

삼 남매 중 둘째인 배 씨는 부모님을 잘 챙기는 것은 물론 집안에 일이 있으면 도맡았다.

외사촌 김모(42)씨는 "좋은 직장의 정규직이 되었다"며 기뻐하던 배 씨의 최근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김 씨는 "정규직이 된 뒤 집에 남자친구를 소개해주기도 하는 등 장밋빛 미래만 남은 아이였다"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게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배 씨는 사고 당일 세무서에 세금 신고를 하기 위해 회사에서 이동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김 씨는 배 씨 어머니로부터 "내 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빨리 좀 알아봐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배 씨는 사고 직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비명만 세 번 질렀다.

깜짝 놀란 김 씨는 무슨 일인지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급한 대로 소방과 경찰에 신고해 위치추적을 부탁했다.

조회 결과 배 씨 위치는 창원터널 인근인 것을 확인하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에 간 그는 넋을 잃고 말았다. 차량 여러 대가 앙상한 뼈대만 남은 채 검게 타고 시커먼 연기가 군데군데서 피어오르는 등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현장을 수습 중이던 경찰과 소방관에게 물어도 누구 하나 속 시원히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혼란한 와중에 기어이 시커멓게 타버린 배 씨의 차를 찾아낸 김 씨는 한동안 망연자실한 채 서 있다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뒤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켰다.

현장에서 발견한 배 씨 차량은 운전석이 중앙분리대에 바짝 붙은 채 조수석 쪽이 찌그러진 상태였다.

김 씨는 "아마 사고 직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며 조수석으로 빠져나오려다 조수석 문이 열리지 않아 그대로 불길에 휩싸인 것 같다"며 "2차선에 있었거나 조수석 문만 제대로 열렸어도 살 수 있었다는 생각에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시간을 되돌려 내 사촌 동생을 다시 되살릴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며 "창원시 등에서 대비책을 확실히 세워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ome12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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