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곁 '무지개떡 건축' 찾아서…가장 도시적인 삶
건축가 황두진, 상가아파트 탐사기 펴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tvN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잠깐 등장한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무지개떡 건축은 일종의 상가주택을 이른다. 건축가 황두진은 전 층이 같은 용도로 통일된 건물 유형을 시루떡, 층층이 다양한 용도와 기능을 지닌 건물 유형을 무지개떡이라 칭해왔다. 일터와 삶터가 분리된 시루떡 문화에서는 낮에는 아파트가, 밤에는 사무실이 텅 빈다. 출퇴근길 교통 체증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황 건축가가 무지개떡 건축이 실현하는 직주근접의 삶을 강조하는 이유다.
2015년 출간한 전작 '무지개떡 건축'에서 이러한 개념과 그 필요성을 설명했던 황 건축가가 이번에는 탐사기를 펴냈다. 신간 '가장 도시적인 삶'(반비 펴냄)은 '무지개떡' 중에서도 특히 상가아파트를 직접 돌아다니며 조사한 결과물이다.
도시화에 따라 생겨난 상가아파트는 "백악기 말의 공룡처럼" 갑자기 서울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는 요즘 우리가 보는 단지형 아파트가 채웠다. 책은 서울을 중심으로 몇 안 남은 상가아파트를 여러 유형으로 구분 짓고 그 역사와 가치 등을 조명한다.
한국 최초 아파트인 충정아파트를 비롯한 단독형은 한 개 동으로 된 단출한 무지개떡 구조다. 저자는 이들이 도시의 섬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이 면하고 있는 거리와 '밀착된' 거리형 아파트라고 해석한다.
다음 장에서는 거리형과 단지형이 결합하면서 만들어낸 단지 결합형 무지개떡들을 파고든다. 한국 주거사에서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타워팰리스는 '느슨한 폐쇄성'을 지닌 주상복합건축이다. 타워팰리스는 '무지개떡'을 향해 가는 일종의 과도기적 형태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시장 결합형 무지개떡은 전통시장이나 재래시장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거리형과는 또 다른 점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건물과 인간, 건물과 도시의 관계 맺기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답사기 형태를 띠지만, 한국 근현대사를 읽어내려가는 작업이기도 하다. 책은 건물마다 입지, 규모, 복합, 보행자 친화성, 형태, 총평 등을 실어 이해를 도왔다.
520쪽. 2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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