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내용 알려지면 끝장납니다"…병원 전공의 '속눈물'
교수·상급 전공의로부터 두들겨 맞아도 불이익 받을까 "쉬쉬"
"폭행당한 적 있다" 10명 중 1명꼴이지만, 최근 1년 폭력민원 25건 불과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병원 내 전공의 폭행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가운데 여전히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민원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전공의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은 최근 부산대병원 폭행사건, 강남세브란스병원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전국 병원의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피해사례 발굴에 나섰지만 전공의 대부분이 사례 공개를 기피해 애를 먹고 있다.
안치현 대전협 회장은 4일 "피해신고를 하는 제보자나 피해자들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운다"며 "단순한 사례 정황만 알려져도 금방 누가 제보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의료계가 좁아서 사례수집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은 최근 1년간 대전협에 접수된 민원 건수와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실제 근무환경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간접적으로 비교해 봐도 엿볼 수 있다.
대전협에 따르면 2016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접수된 각종 민원은 총 170건이었다.
이 중 폭행 문제를 호소한 민원은 25건에 불과했고, 대부분은 근무시간 규정 위반·추가 수당 미지급과 같은 근무형태에 따른 민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이 폭행 민원 건수와 실제 '폭행 경험이 있다'고 밝힌 전공의 비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올해 4월 대전협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전공의 1천76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 중 "수련 중 신체적 폭행을 당한 적 있다"는 사람은 20.3%에 달했다.
폭행 가해자는 환자(11.5%)·교수(5.9%)·상급 전공의(4.9%) 순으로 환자로부터 당한 폭행 사례를 제외하면 10명 중 1명(10.3%)은 같이 근무하는 병원 관계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따라서 설문조사에서 밝혀진 교수·상급 전공의에 의한 폭행 건수는 단순 계산으로 약 177건으로 나오는데 민원 건수는 고작 25건에 불과한 셈이다.
안 회장은 "병원 내에서 교수·상급 전공의로부터 신체적 폭행을 당하더라도 민원조차 제기하지 못하는 전공의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전공의 폭행 사례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A 대학병원 전공의는 "폭행을 당하더라도 민원을 제기했다가 본인의 신상에 불이익이 가해질까 봐 속앓이만 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최근 국정감사에서 드러난 전공의 폭행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현재 대전협은 접수된 폭행 민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제보하고, 피해자가 법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전공의 폭행 문제가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안 회장은 "비윤리적인 행위가 벌어진 수련기관(병원)에는 정부 지원금 축소, 수련기관 지정 취소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며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개선은 환자안전과도 직결된 문제이므로 정부가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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