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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무등산자락에 양떼농장 명소 만든 파독 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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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무등산자락에 양떼농장 명소 만든 파독 광부

윤영일씨 43년 전 화순 초지 사들여…"'호남의 알프스' 만들자" 구슬땀

(화순=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전남 화순군 수만리 국립공원 무등산자락에 산으로 둘러싸인 33만㎡(약10만평)의 드넓은 탁 트인 초원, 그곳에서 양 떼가 자란다.

파독 광부 출신 70대 노인이 장성한 아들과 함께 3년여 동안 구슬땀을 흘려 만든 양 떼 목장이다.




이곳은 원래 흑염소와 소를 키우던 '안양목장'이었다.

43년 전인 1974년, 윤영일(77)씨는 독일 광산에서 고생하며 모은 돈을 모두 투자해 전남 화순군 수만리의 이 목장을 사들였다.

800만원, 당시에 광주의 평범한 주택 4채를 살 수 있는 돈을 들였다.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윤씨는 애초에는 목장 운영과 아무런 인연이 없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철학에 몰두해 천안의 씨알농장에서 함석헌 선생을 도와 사상을 배우며 닭과 과일을 키웠을 뿐이다.

10여년의 세월을 나름의 철학 공부에 매진한 윤씨는 결혼 후 첫째 아들이 태어난 해 홀로 독일로 떠났다.

처자식을 부양해야 할 가장의 짐이 첫 번째 이유였지만, 당시만 해도 쉽게 갈 수 없는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파독 광부로 나가게 했다.

윤 씨는 1971년 9월 27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지 정확히 3년 뒤인 1974년 9월 27일 귀국했다.

3년의 세월 동안 아버지의 얼굴을 잊어버려, 울며 보채는 아들을 품에 안고 이곳 화순을 찾았다.

화순은 아내의 고향이었고, 윤씨가 소와 흑염소를 키울 요량으로 산 초지는 철학과 교수였던 처남이 처치 곤란해 하던 땅이었다.

한우 5마리, 젖소 3마리, 염소 200마리를 사들여 키웠으나 경험 부족으로 자주 죽어 나가기 일쑤였다.

좌절하지 않은 윤 씨는 소를 100마리까지 늘려 1982년 전남 축산왕에 오르는 등 축산인으로 성장했다.

흑염소도 1천여마리로 불어나 드넓은 초지를 뛰놀았다.

윤씨가 화순에 정착하던 시기만 하더라도 읍내에 다녀오려면 산길을 걷고 걸어 온종일이 걸렸다.

세월이 지나 윤 씨 목장 앞에 작은 도로가 뚫리면서 지나던 사람들이 목장의 드넓은 초지를 보고 잠시 멈춰 구경하기도 했다.




무등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준비작업이 한창이던 2013년, 현장실사를 나온 화순군 공무원이 '대관령 목장 한번 구경해 보시라'라는 말 한마디가 윤 씨 목장의 운명을 바꿨다.

윤 씨는 아들 내외와 함께 대관령 양 떼 목장을 찾았다가 다섯 줄로 1㎞ 넘게 줄을 선 양 떼 목장 관광객들을 보고 단번에 '나도 호남에 양 떼 목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순으로 돌아와 돈이 생길 때마다 울타리를 치고, 돈이 부족하면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재료를 구해 양 떼를 키울 준비를 했다.

미대를 졸업한 뒤 함께 살던 아들은 울타리 목재까지 하나하나 직접 다듬으며 3년 동안 목장을 서서히 바꿔갔다.

대관령에서 데려온 18마리 양은 추가로 입식하고 번식해 지금은 200여마리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5월 윤 씨 부자는 양 떼 목장을 개장해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주말에는 최대 5천명의 관광객이 찾는 등 하루 평균 1천명의 관객들이 꾸준히 목장을 방문했다.

다른 지역에까지 '호남의 알프스'라는 소문이 퍼져 올해는 경남 등지에서 단체 관광객들이 찾아 오고 있다.

아들에게 목장 대표직을 넘겨준 윤 씨는 앞으로도 목장을 화순 대표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다듬고 개선할 예정이다.

전남도와 화순군도 이에 호응해 예산 9억원을 지원해 주차장을 조성해 주는 등 지원에 나섰다.

윤 씨는 "양 떼 목장을 방문한 아이들 웃음소리와 대관령보다 풍광이 뛰어나다는 관광객들 칭찬에 보람을 느낀다"며 "목장을 하나의 큰 조각예술작품으로 생각하며, 열정과 손때와 땀방울로 아들과 함께 꾸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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