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의혹조사 중 숨진 직원, 당일 오전도 투신…해경 구조
보호자 연락없이 귀가시켰다 7시간 후 숨진채 발견…대처 미흡이 사태 키워
댓글 수사방해 의혹으로 최근 검찰 조사…함께 일한 현직 검사 수차례 통화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방현덕 기자 = 검찰의 '댓글 수사' 방해 의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가정보원 소속 변호사가 숨지기 전 다른 장소에서 투신했다가 한 차례 구조됐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구조 이후 충분한 대처가 취해졌더라면 불행한 사태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정원과 경찰, 해경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오후 춘천시 한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소속 정모(43)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강릉시 주문진읍 해안도로의 10여m 높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다행히 이를 본 목격자들이 신고했고, 오전 9시 54분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속초해경은 오전 10시 2분께 정씨를 무사히 구조했다.
투신자가 구조됐을 경우 병원으로 옮기고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해 보호 조처를 하는 게 통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정씨는 인근 파출소에서 2시간가량 몸을 녹인 후 별도의 조처 없이 혼자서 파출소를 나섰다.
정씨가 병원 이송을 완강히 거부하고 가족 등 연락처를 함구해 추가적인 보호 조처를 어쩔 수 없이 하지 못했다는 게 해경 측의 설명이다.
해경 관계자는 "본인이 병원 이송과 보호자 연락을 완강히 거부했다"며 "본인이 거부하는 경우 우리가 신원이나 보호자 연락처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파출소를 홀로 나선 정씨는 약 7시간 뒤 춘천시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투신했던 교각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었다. 해경으로서는 본인이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충분한 후속 조처 없이 자살 기도자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씨는 2013년 검찰의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변창훈 법률보좌관(현 서울고검 검사), 이제영 파견검사(현 대전고검 검사) 등과 함께 법률보좌관실에서 일하다가 원세훈 전 원장이 재판에 넘겨지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에 배치됐다. 당시 TF는 팀장은 이 검사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정씨가 지난달 23일 참고인 조사를 받은 시기를 전후해 국정원에서 함께 근무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씨는 검찰 조사에서 2013년 댓글 수사 당시 국정원 내부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국정원 내부에서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심리적 압박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씨를 상대로 회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변 검사와 이제영 검사도 몇 차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3년 수사 당시 국정원이 현안 TF를 꾸리고 검찰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꾸리는 등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을 포착하고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감찰실장이었던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비롯한 현직 검사 3명을 포함해 현안 TF 구성원 7명 전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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