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정부' 꾸린 카탈루냐지도부에 스페인법원 "법정 나와라"(종합)
스페인 법원 소환장 발부하고 과징금 '폭탄'…푸지데몬 "응하지 않겠다"
카탈루냐 지도부, 사실상 망명정부 꾸려…사이트도 개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법원이 정부에 의해 해임된 뒤 벨기에 브뤼셀에서 사실상 '망명정부'를 꾸리기로 한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뇌부에게 소환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카를레스 푸지데몬 등 카탈루냐 지도부는 법원의 소환 명령에 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1일(현지시간) 엘문도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마드리드 고등형사법원은 카를레스 푸지데몬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13명의 각료에 대해 오는 2∼3일 법정에 출석하라고 명령했다.
출석명령 시점인 3일 이후부터 이들의 신분은 형사 피의자로 전환된다.
법원은 또한 푸지데몬과 그 각료들에게 3일의 시한을 주고 620만 유로(80억원 상당)에 달하는 과징금에 대한 보증금을 마련할 것도 명령했다. 과징금은 카탈루냐가 정부의 불법화에도 지난달 1일 강행한 분리독립 찬반 주민투표 비용 추산치다.
법원은 푸지데몬 등 카탈루냐 지도부가 브뤼셀 프레스클럽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당분간 스페인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몇 시간 후 소환장 발부 사실을 공개했다.
앞서 스페인 검찰은 푸지데몬 등 카탈루냐 독립선언을 주도한 자치정부와 자치의회 지도부에게 반역죄와 소요죄, 공금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반역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징역 30년형을 받을 수 있다.
푸지데몬이 벨기에에서 고용한 변호사도 방송 인터뷰에서 "카탈루냐 지도부가 마드리드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법원 소환 명령에 불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스펭인 당국이 여기(벨기에)서 그를 조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법정 출석을 거부하면 스페인 법원이 체포 영장을 발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EU 회원국 간의 사법공조에 따라 벨기에 정부가 이들을 스페인에 강제 인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스페인 집권당인 국민당 소속 에스테반 곤살레스 유럽의회 의원은 이와 관련해 온다체로 방송 인터뷰에서 "푸지데몬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시 정부가 벨기에에 송환을 요청하고 벨기에 경찰이 체포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지데몬 등 카탈루냐 지도부는 스페인의 수사망을 피해 당분간 브뤼셀을 거점으로 12월 21일 카탈루냐 지방정부와 의회 구성을 위한 조기 선거를 준비하는 한편, 카탈루냐 독립의 대의를 국제사회에 알린다는 방침이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벨기에에 망명을 요청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고 벨기에 정부도 망명요청설을 부인하긴 했지만, 사실상 브뤼셀에서 카탈루냐 망명정부를 꾸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카탈루냐 수뇌부는 망명정부 사이트(president.exili.eu)도 이날 개설했다. 사이트에는 분리독립 선언 후 정부에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직에서 해임된 푸지데몬이 여전히 정부 수반(president)으로 명시돼 있다.
한편, 푸지데몬과 함께 벨기에를 방문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호아킴 포른 전 내무장관 등 각료 2명이 곧바로 귀국했다.
이들은 회견을 마친 31일(현지시간) 저녁 늦게 바르셀로나 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스페인 잔류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공항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스페인 국기를 펼쳐 들며 이들을 향해 "반역자"라고 소리치고 "스페인이여 영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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