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동의 범위 내 개인정보 수집·제공은 문제없어"
울산지법, 벌금형 원심 깨고 대기업 전 노조위원장에 무죄 선고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개인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개인정보를 수집·이용·제공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2부(이동식 부장판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대기업 노조위원장 A(55)씨에 대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울산의 한 정유업체 노조위원장을 지낸 A씨는 지난해 2∼3월 평소 친분이 있는 노조 간부로부터 노조원 2천569명의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을 받은 뒤, 이를 노조 임원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B씨에게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제공한 개인정보는 일반인이 알 수 없는 이름, 사번,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뿐 아니라 해당 직원이 조합원인지를 알 수 있는 민감한 정보이므로 정보 주체인 근로자들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회사는 효율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사원의 정보를 사내 전산망에 게시한 것인데, A씨는 이를 노조 활동이나 개인적인 활용 목적으로 B씨에게 제공했다"면서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나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정보 주체들의 동의 범위에 주목했다.
2심 재판부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에서는 별도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동의가 있었다고 인정되는 범위인지는 공개된 정보의 성격, 형태와 대상, 의도와 목적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는 노조 관련 사항을 조합원들에게 알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만 정리돼 있을 뿐, 사진이나 집 주소 등 사생활을 침해할 만한 정보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개인정보 공개 범위를 벗어나 조합원이 아닌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유출한 사실이 없고, 개인적·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노조나 조합원들도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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