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말하는 김기태 리더십…"'형님' 두 글자만으로 부족"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는 감독님…뻔한 이야기 필요없는 최고"
선수들 고민은 물론 집안 대소사도 챙기는 '교감 리더십'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KIA 타이거즈를 11번째 프로야구 정상으로 이끈 김기태(48) 감독을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말은 '형님 리더십'이다.
현역 시절 김 감독은 후배들을 휘어잡는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를 따르는 후배들은 김 감독을 '선배'가 아니라 '형님' 혹은 '보스'라고 불렀다.
김 감독은 2013년 LG 트윈스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아 LG 팬들에게 11년 만의 가을야구 맛을 보여줬다.
이때부터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야구계의 유행이 됐다. 과거에는 제왕적으로 군림하는 감독이 많았다면, 김 감독을 비롯한 40대 감독은 선수들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러나 KIA 선수들은 김 감독의 리더십을 '형님'이라는 두 글자로 담기에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이번 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최형우는 "선수들에게 웃어주고 형님처럼 하는 감독은 많다. 그러나 우리 감독님은 우리와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한다. 다른 뻔한 이야기는 다 필요 없다. 선수와 대화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최고"라고 김 감독의 인간적인 매력을 설명했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 선수들과 격이 없게 지내면 '형님 리더십'이 된다.
김 감독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선수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고 소통하는 것이다.
그는 선수의 집안 대소사부터 일상의 고충까지 챙기려 노력한다. 이른바 '교감 리더십'이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시즌 중 선수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듣는다. 야구장에 출근해서부터 퇴근할 때까지 시간이 나면 항상 선수와 이야기한다.
감독마다 훈련시간을 보내는 스타일이 다르다. 어떤 감독은 내내 더그아웃을 지키며 먼발치에서 선수를 지켜보고, 아예 경기 시작 직전에야 뒤늦게 출근하는 감독도 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야구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다. 쉴 새 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선수들과 대화한다.
대화 주제는 다양하다. 야구가 잘 안 돼서 고민인 선수에게는 기술적으로 도움을 주고, 일상적인 고민도 들어준다.
춘추전국시대 부하의 종기를 직접 빨아줘 마음을 사로잡은 장수 오기처럼, 김 감독은 3년 동안 KIA 선수들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KIA 선수들은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우승해야 한다"며 마음을 하나로 모았다. 이는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KIA는 1일 김 감독과 3년 총액 20억원에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형님 리더십에서 교감 리더십으로 진화한 김 감독이 앞으로 3년 동안 어떤 지도자상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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