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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심장마비 때 기침해라?…"근거없는 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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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심장마비 때 기침해라?…"근거없는 루머"

SNS에 출처 불명 '심장마비 예방요령' 나돌아 '주의'

한국·미국심장학회 "기침하다 골든타임 놓치지 말고 주위 도움 청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탤런트 고(故) 김주혁씨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당시 핸들에 가슴을 기댄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미확인 정보가 널리 알려진 이후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심근경색 예방요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퍼져 주의가 요구된다.

이중 대표적인 게 혼자 운전 중 심장마비 증상이 왔을 때 강하게 반복해서 기침하라는 내용의 7쪽 분량의 파일이다.

출처가 '서울아산병원'으로 돼 있는 이 파일은 '지금 시각 오후 6시 15분.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 혼자 있다'는 상황을 전제로 하면서 '갑자기 가슴 쪽에 아주 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통증이 팔과 턱으로 퍼졌을 때 병원이 10분 이상 거리에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심호흡과 기침을 끊임없이 반복하라'고 주장한다. 심호흡은 산소를 폐로 운반하는 역할을, 기침은 심장을 쥐어짜 줌으로써 혈액이 순환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하지만 이 파일의 출처로 적혀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의학적 근거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파일을 만들어 배포한 적도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병원 관계자는 "약 5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파일이 인터넷에 떠돌아 사실 여부를 확인했지만, 병원이나 소속 의료진이 만든 게 아니라 일반인이 임의로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당시 인터넷에 떠도는 게시글을 없애는 작업도 병행했는데 이번에 심근경색이 주목받으면서 다시 잘못된 정보가 떠도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사실관계가 심하게 왜곡된 만큼 일반인들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김영학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장마비란 환자가 의식을 잃은 상태를 의미하는데, 의식을 잃은 환자는 기침 자체가 불가능하다"면서 "심장마비가 발생하기 전, 흉통이나 혈압저하 등의 전조증상이 있기는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워낙 짧아서 주저앉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 외에는 환자가 어떤 행동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위험을 낮추려면 환자보다 그 주변 사람의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고 김 교수는 꼬집었다.

김 교수는 "어떤 식으로든 심장마비 전조증상이 나타나거나 실제 심장마비가 발생한 환자를 발견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도록 119 긴급구조대를 부르는 게 주변인의 처지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한심장학회도 이 내용이 국내에 떠돌기 전부터 미국에서 돌아다니던 루머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노태호 대한심장학회 회장(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은 "이론상으로 강한 기침을 반복하면 흉강 내 압력을 높여 뇌 안에서 떨어지는 혈압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무리 기침을 강하게 반복한다고 해도 심장 자체가 회복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욱이 급성 심장정지가 발생하면 뇌에 남아있는 혈액 중 산소를 이용해 의식이 남아있다고 해도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이 심정지의 희생자가 됐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강하게 반복해서 기침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이 정보는 얄팍한 이론에 입각해 상상의 허구로 쌓은 말도 되지 않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심장학회도 2014년에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이 방법이 효과가 없으니 가르치지 말라"며 "혼자 있을 때 기침을 하느라 중요한 시간을 놓치지 말고 반드시 주위에 도움을 청하고 병원으로 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외에도 여러 전문가는 "심장마비가 왔을 때 의식이 있다면 119에 전화를 하거나 자신이 쓰러지는 모습을 남게 보여줘 도움을 청하는 게 기침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출처 불명의 가짜 건강정보가 넘쳐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증되지 않은, 심지어는 사실이 아닌 가짜 건강정보들이 언론이나 방송, 전문가단체, 환자단체 등으로 교묘한 포장을 거쳐 인터넷 등 공간에 나돌고 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거나 왜곡된 정보가 주는 부작용은 매우 크다. 특히 건강의 측면에서는 가짜 정보가 불러오는 폐해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과학과 의학을 빗대어 말도 안 되는 건강정보를 사실인 양 무차별로 배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bi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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