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투자전략] "11월 성장주·경기민감주 위주 상승"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국내 증시는 지수로 보면 분명 강세장이었다. 다만, 부문별 수익률을 보면 다소 혼란스럽다. 연초 이후 주도주 자리를 내려놓지 않았던 정보기술(IT) 수익률이 다른 부문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IT는 주도주 지위를 상실해 가고 있는 중일까?
한국 IT를 고찰하기에 앞서 글로벌 부문의 수익률 흐름을 살펴보면 미국 증시에서는 IT, 유틸리티, 소재, 금융 부문이 강세를 보인 반면, 통신서비스 부문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유로존에서는 IT, 소재 부문이 강세를 보인 반면 헬스케어, 통신서비스 부문이 부진했다.
신흥국 증시는 전 부문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상승 폭은 헬스케어, IT, 에너지,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금융 순이었다. 한국 증시는 헬스케어, 필수소비재, 산업재, 금융, 통신서비스 순으로 강세를 보였다.
지난달 글로벌 증시의 부문별 수익률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증시의 부문별 수익률에 두드러지는 공통분모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지난달은 3분기 실적발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실적발표가 빨랐던 선진국은 깜짝 실적 여부가 수익률을 갈랐다. 미국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중 259개가, 유럽은 스톡스50(Stoxx 50) 기업 중 20개가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매출액과 순이익 양쪽 모두에서 깜짝 실적을 기록한 부문의 수익률이 호조를 보였다. 반면 실적이 시장 전망치에 부합하지 못한 부문은 낙폭이 컸다. 미국의 통신서비스, 유로존의 통신서비스, 헬스케어가 이에 해당했다.
반면 신흥국은 실적발표 속도가 선진국보다 빠르지 않아 3분기 실적 영향이 적었다. 이는 기존 주도주(IT·헬스케어) 강세가 이어질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한편 9월 거시경제 모멘텀 지표 호조도 신흥국 증시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민감 부문(에너지, 소재, 산업재, 경기소비재, 금융)들이 성장주 다음으로 강세를 보였다. 방어주 성격의 부문들은 상승 랠리에 동참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부문별 움직임은 판단하기 모호한 영역에 있다. 헬스케어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그 뒤는 필수소비재, 산업재, 금융, 통신서비스 부문이 뒤를 이었다. 딱히 성장주라고도 경기민감주라고도 말하기 어렵다.
지난달 국내 주가 상승이 외국인 자금 복귀에 힘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부문별 수익률도 이를 따라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다른 신흥국과 같이 접근했다. 성장주와 경기민감주에 대한 폭넓은 매수다.
지난달 외국인 자금은 코스피에서 2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는데 산업재, 소재, 경기소비재, IT, 금융, 에너지 순으로 경기민감주 전반에 대해 고른 매수 분포를 보였다.
지난달 한국 증시의 부문별 움직임을 더욱 잘 설명하는 것은 스타일이나 외국인 수급보다는 과거 수익률이다. 일부 성장주를 제외하면 2∼4개월간 하락했던 부문이 반등하는 양상이었다.
I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부문별 중에서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점도 9월에 이미 선제적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10월에도 결국 한국 증시는 순환매 성격이 짙었다는 뜻이다.
이번 달에도 순환매라는 증시 패턴은 이어질 수 있으나 기초여건(펀더멘탈) 개선이 확인되지 않는 업종 랠리가 길게 이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11월 부문별 전략은 10월 수익률 호조의 연장선보다는 해외증시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편이 옳다는 판단이다.
이번 달 남은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된다. 지난달 선진국 증시가 그랬듯이 깜짝실적 여부가 수익률을 가를 공산이 크다.
한편 신흥국 부문별 수익률을 보면 경기확장 국면에서 방어주 성격 부문의 반등이 길지는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11월 증시는 실적 전망이 양호한 성장주와 경기민감주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나리라는 판단이다.
(작성자: 김영환 KB증권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 이 글은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연구원)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