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복원] 국내 중국동포들도 모처럼 웃음꽃
"피해 보면서 목소리도 못내" "안보대화 정기적으로 열려야"
"한중관계 악화 때마다 양쪽에서 박대 받으며 정체성 고민"
(서울=연합뉴스) 이희용·왕길환 기자 = 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멀어졌던 관계를 복원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국내 중국동포(조선족)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김용선 한중무역협회장(중국동포한마음협회장)은 31일 "모국에 와 있는 중국동포들이 그동안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보고 모국 동포들의 따가운 시선까지 받으면서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숨죽인 채 빨리 시간이 지나가 관계가 회복되기만 기다렸는데 이제야 희망을 발견하게 됐다"고 반가워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한중관계가 얼어붙자 피해는 여러 분야에서 나타났지만 직격탄을 맞은 곳 가운데 하나가 국내에 와 있는 중국동포들이었다.
이들의 상당수가 중국인들의 국내 관광과 관련된 여행, 식당, 숙박, 화장품, 성형, 기념품, 면세점 등의 업종에서 일하거나 한중 간의 무역에 종사하고 있다가 갑자기 중국인 입국자가 끊기고 중국 수출길이 막혔다. 덩달아 한국인의 중국 여행도 줄어들어 중국의 조선족들도 일감이 줄어들었다.
김 회장은 "중국에서 모국으로 건너온 동포들이 국내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다고 잘못 아시는 분도 있는데, 우리는 한국의 관광 수입을 올려주고 중소기업의 중국 수출을 도와 외화벌이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한중관계가 복원되면서 경기도 나아지고 이런 오해도 풀리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인터넷 포털이나 SNS 등에서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동포를 향해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중국이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을 내려 한국 상품의 수입이나 한국 관광 등을 중단한 것을 규탄하며 중국동포까지 싸잡아 비난과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식당 '연변냉면'을 운영하는 김성학 중국동포연합중앙회회장은 "손님이 줄어들어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우리에게 손가락질을 해대면 자연스레 정체성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한중관계가 악화하면 중국에 있는 조선족들도 중국인들에게 박대를 당한다. 2000년대 초 '동북공정' 때문에 양국 국민 사이의 감정이 나빠졌을 때도 중국과 한국에 있는 조선족이 각각 한족과 한국 국민으로부터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한중관계 복원 발표를 계기로 대림동 경기도 회복되고 한국 동포들과의 사이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양국 간의 민감한 사안에 관해 우리가 목소리를 내기는 어렵지만 모국 동포들과 더욱 소통하고 화합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무역에 앞장서온 중국 거주 동포들도 반가움과 기대감을 쏟아냈다.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연합뉴스가 서울 광진구 광장동의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공동 주최하는 제22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한 중국 경제인들은 "늦었지만 관계가 회복된 것을 환영한다"면서도 "실제 체감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월드옥타 전직 지회장들은 워커힐 호텔 명월관에서 '중국 회장단 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의 회장인 이광석 전 북경지회장은 "한국과 거래하는 우리 기업인들은 한중 간 사드 갈등으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봤다"며 "말로만 갈등을 봉합했다고 하지 말고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진전 속도를 내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차봉규 전 이우 지회장은 "우리가 체감하는 온도는 아직 차갑다. 한중 관계가 활발할 때로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때까지 더 지켜볼 일"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강동훈 길림신문 기자는 "양국간 경제 대화도 중요하지만 안보대화가 따라가야 관계도 활성화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만나 안보대화를 해야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수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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