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은 광활한 제국 아니다"…고고학으로 살핀 고조선
국립중앙박물관서 3∼4일 고고학전국대회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古朝鮮)은 한반도 서북부와 중국 랴오둥(遼東)반도에 걸쳐 있었다.
하지만 고조선을 다룬 문헌 기록이 매우 부족하고 일부 영역이 북한에 포함돼 있어 어떻게 나라가 태동하고 발전했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예컨대 고조선의 도읍이었다고 하는 왕검성(王儉城)의 위치만 해도 평양설, 요동설, 요동에서 평양으로의 이동설 등이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고고학회는 3일부터 4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조선'을 주제로 제41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를 개최한다.
1일 공개된 발제문에 따르면 이청규 영남대 교수는 '종족·민족의 형성과 고조선' 발표에서 청동기, 토기, 무덤 양식 등을 근거로 고조선이 랴오둥반도 서쪽을 흐르는 강인 랴오허(遼河)부터 북한 서부까지 존재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기원전 1000년을 전후해 중국 동북 지역과 한반도에 동족의식을 가진 다수의 종족이 있었고, 그중 한 종족이 세운 최초의 나라가 고조선이었을 것이라는 관점을 제시했다.
정인성 영남대 교수는 위만이 세운 위만조선의 도읍인 왕검성의 위치를 고고학으로 분석했다.
그는 많은 학자가 지지하는 평양설을 거부하면서 "평양성은 고구려가 축성하기 전에 한정적으로 점유되거나 고분이 만들어진 공간으로, 어떤 성곽 유구에서도 낙랑이나 위만조선 시기로 추정되는 유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위만조선의 왕검성은 랴오둥반도에 존재했고, 한나라 군현이 설치된 뒤에 대동강 유역으로 이전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강인욱 경희대 교수는 고조선 영역에서 출토된 청동기를 고찰한 뒤 초기 고조선은 제작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청동거울인 '다뉴경'을 공유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기원전 4세기 이후인 후기 고조선 시기에는 다뉴경 네트워크가 붕괴하고 한반도에 세형동검 문화권이 발달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고조선은 광활한 제국도, 가상의 나라도 아니다"라며 "유물과 유적 중심의 해석을 해야 고조선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고고학회장인 이남규 한신대 교수는 "고고학계가 고조선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 학술대회가 오류로 점철된 고조선 역사를 다소나마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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