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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슈 없고 정쟁만 남은 국감…올해도 파행·구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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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이슈 없고 정쟁만 남은 국감…올해도 파행·구태 여전

적폐 vs 신적폐 공방 속 민생 실종…잇단 통합론에 집중력 상실

한국당 '보이콧'에 막판 반쪽 국감…여야 "민생 챙겼다" 자평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이신영 설승은 기자 =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

헌법 61조 1항 국정감사 조항이다.

31일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가 사실상 끝을 맺는다.

제3공화국까지 존재하다 군부독재 등장으로 사라진 뒤 87년 체제와 함께 부활한 국감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견제 기능을 최소한 보장하는 장치로서 한 때 민주주의의 보루와 같은 역할을 했다.

정부가 숨겨왔던 굵직한 실책이 국감을 통해 만천하에서 공개됐고, 과오를 바로잡으며 시스템을 다잡는 기회로 기능했다.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 안착을 넘어 모든 정보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바람보다 먼저 전파되고, '촛불 민주주의', '광장 민주주의' 등 성숙한 민주주의를 거론하는 현 시점에선 87년의 틀에 여전히 머무는 국감의 한계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것도 사실이다.

정권 교체 후 처음인 이번 국감 역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우선 청산해야 한다는 여당의 '적폐' 공세와 현 정부의 각종 정책을 '신적폐'로 규정한 야당의 역공이 팽팽하게 맞서며 초반부터 정쟁만 요란했고, 결국 한국당의 국감 보이콧이라는 파국을 불러왔다.

여야 모두 캐비넷을 뒤져낸 폭로전만 난무하며 정작 민생은 실종됐고 결국 과거에 지배당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최순실 사태라는 대형 이슈가 터져 나온 지난해와 달리 이렇다 할 파괴력을 가진 대형 이슈가 등장하지 않은 것도 전반적 무관심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국감 와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국당 출당을 비롯해 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의 통합,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자강파의 연대 가능성 등으로 정치판이 출렁이며 국감 자체의 동력이 상당 부분 소실되기도 했다.

국감장 곳곳에서 파행만 되풀이됐다.

국감 시작 이틀만인 지난 13일 법사위의 헌법재판소 국감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 유지 결정에 반발하는 야당 법사위원들이 국감 자체를 거부, 업무보고조차 시작하지 못한 채 곧바로 종료했다.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 도중에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를 놓고 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고성을 주고받으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16일에는 한국당이 모든 상임위 국감장의 개별 노트북 전면에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이라고 적힌 문구를 붙이면서 여야 간에 험한 말이 오갔다. 특히 정무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경우 이 문제로 정회까지 하는 등 곳곳에서 국감이 공전을 거듭했다.






게다가 지난 2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궐석이사 2명을 선임한 것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이 국감 보이콧을 선언, 막바지 국감이 결국 '반쪽'으로 진행되는 사태마저 벌어졌다.

한국당은 30일 종합감사부터 국감에 다시 복귀했지만, 올해도 되풀이된 파행 기록만 남긴 꼴이 됐다.

무분별한 증인 신청과 불출석 관행 역시 그대로였다.

올해 처음 실시된 증인실명제 도입으로 일반인 증인 신청수는 지난해 251명보다 줄어든 227명으로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200명을 웃돌았고, 출석률은 오히려 70%대로 떨어졌다.

다만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전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 출석, 기사 부당편집에 대해 고개를 숙이는 등 일부 거물급 인사의 국회행이 눈길을 끌었다.

여야는 정쟁의 와중에서 그나마 민생을 챙긴 것은 자당이었다는 총평을 나란히 내놓았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20일 동안 민주당은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국감에 임했다"며 "이번 국감이 낡고 부패한 과거를 청산하고 정의로운 나라의 출발을 알렸다면 예산 입법 국회에선 새 시대의 마중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구체적으로 "민생 제일주의를 맨 앞에 두고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였다"면서 "일자리 소득안정, 가계비 안심, 국민 건강 생활 안전 등 '3안 민생국감'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많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언론 환경이 야당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적폐 청산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서민과 민생을 챙기는 등 제1야당으로서 상당히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김 수석 부대표는 "여당은 온통 적폐 들추기에 전념한 그런 집권당 답지 않은 정치보복성 국감을 했다"며 "우리는 새 정부 들어 신적폐의 실체를 드러내고 그나마 서민정책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적폐 청산 논란 와중 정책 국감은 확실히 했다"면서 "실제로 정책국감으로서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국민의당이 없었으면 국감이 파행으로 흘러갈 뻔했다"고 자부했다.

바른정당 김세연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상임위별로 소속 의원들이 없는 경우도 있어 아쉬운 면도 있지만 국감이 표류하려고 할 때 중재자 역할을 해가면서 국감이 원만하게 진행되는데 기여를 했다고 본다"고 평했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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