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 복원] 최상 관계에서 바닥까지…한중관계 회복되나
한중관계 2.0 시대 대비해야…중국 내 반한 정서 해소 시급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불과 2년전만 해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최상의 관계를 구가했다가 불과 1년도 안돼 나락으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등 전현직 중국 지도자들과 함께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서방 지도자들이 보이콧한 전승절 열병식을 지켜본게 지난 2015년 9월이었다.
이후 2015년 12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와 함께 절정에 올랐던 한중관계는 지난해 2월 한미 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관한 공식 협의를 결정한 이래 1년 8개월간 급전직하했다.
북한 핵도발에 대한 대처를 둘러싼 한중간 이견으로 한국이 안보주권 차원의 사드 도입을 본격 검토하면서부터다. 한국이 사드를 안보 문제로 생각한 반면 중국은 이를 미중 전략경쟁의 틀에서 바라봤던 것이 양국간 갈등의 근원이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공식화와 함께 중국은 곧바로 보복 제재 조치를 취해나가기 시작했다. 정상간의 화기로운 모습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한 중국은 한국 연예인의 활동 규제를 제한하는 금한령(禁韓令)을 시작으로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적 세무조사, 위생·소방검사를 취했다.
이윽고 한국행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지방 곳곳에서는 반한 불매운동이 일면서 한중 양국민간의 반감도 극에 달했다. 중국에선 "한국이 뒤에서 칼로 찔렀다"고 하고, 한국에선 "중국의 민낯과 속내를 확인했다"고 했다.
결국 현대차의 중국내 판매가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화장품, 식품 등 인기가 많았던 한국산 소비재들도 주춤했다. 중국 관광객을 노리고 증설됐던 면세점 업계는 된서리를 맞았으며 유통업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마트가 20년만에 중국사업 포기를 선언했고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다 못한 롯데마트는 현재 중국 점포의 매각을 추진 중이다.
면세점, 호텔, 백화점, 마트, 복합쇼핑몰 등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특히 큰 롯데의 주요 계열사들이 지금까지 사드 보복으로 입은 피해액만 1조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 사이 한류 스타들의 중국행이나 공연, 방송 출연도 자취를 감췄다.
산업은행은 사드 문제에 따른 경제손실을 7조원에서 2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의 속좁은 대외전략을 꼬집는 일부 지식인들의 주장도 간혹 있었으나 관영매체, 관변학자들이 여론을 주도하는 중국에서 그 목소리는 커지지 않았다.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았지만 양국은 공동 행사도 치르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중국은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한국과 사드갈등을 조속히 봉합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에 동의하기에 이르렀다. 한국과 중국 외교부가 이날 사드 배치 문제로 불거졌던 한중 갈등과 관련, 양국이 각 분야에서 조속한 교류 정상화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전략적 인식에는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았지만 사드 배치로 말미암은 한중관계의 경색 국면이 '신시대의 신형 국제관계'를 주창한 중국의 외교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인식에는 최소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로의 현실을 냉정하게 인정한 채 한중 관계도 2.0의 시대에 돌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양국 관계가 회복된다 해도 사드 이전 시기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란 말이 나온다. 사드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이에 대비한 대중 외교 및 경제, 산업, 기업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미 한중간 속내가 확인된 만큼 한중관계가 원상으로 복원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보다 의연하고 느긋하게 한중관계의 개선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중관계는 이제 바닥을 다지고 확인한 뒤 북한 핵, 미중간 패권경쟁, 중국의 산업경쟁 등 전략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처음부터 다시 써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히 사드 갈등으로 인해 부추겨진 중국내 반한 감정을 어떻게 치유할지도 두고봐야 할 문제다. 봉합 수준에 그친 한중관계를 본격적인 정상화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중국 여론의 저변에 깔린 반한 감정을 호감, 또는 긍정적 정서로 바꿔나가야 하는 게 급선무다.
이는 한국 측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치외교적 갈등 사안을 민간의 영역까지 끌고 온 중국 정부당국이 먼저 협력해줘야 할 사안이다. 이를 위해 양국민 간의 이해와 공감을 확대하는 실질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국 전문가는 "역사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전략적 이해관계의 교집합 부분을 확대해가면서 양국 교류의 폭을 넓혀가야 할 것"이라며 "당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이어가는 시점에 한중관계의 개선의 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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