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왕 도전 이정은, 미국 상금왕 박성현을 넘어라
11월2일 개막 하이트진로챔피언십 출전…고진영은 타이틀 방어전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 이정은(21)은 요즘 대회가 하나 끝날 때마다 개인 타이틀을 하나씩 확정 짓고 있다.
지난 22일 끝난 KB금융 스타챔피언십에서는 대상을 확정 지었고 29일 SK핀크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는 상금왕을 굳혔다. 매주 일요일이면 개인 타이틀이 하나씩 손에 들어오는 형국이다.
다음 달 2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이정은은 이번에는 다승왕 확정을 노린다.
우승하면 무조건 다승왕 타이틀은 이정은 몫이다. 우승하지 못해도 김지현(26)이나 김해림(28)이 챔피언에 오르지 못하면 공동 다승왕은 확보한다.
우승 없이 대상, 상금왕을 굳혔기에 다승왕만큼은 우승 세리머니와 함께 확정을 짓겠다는 의욕이 없을 리 없다. 우승한다면 다승왕 확정은 물론 평균타수 1위도 사실상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은은 29일 준우승으로 마무리한 SK 핀크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18홀 평균 65타를 쳐 평균타수를 적지 않게 끌어내렸다.
고진영(22)에 불과 0.02타이던 격차가 0.14타로 여유가 생겼다.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이 이정은의 전관왕 대관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정은이 하이트진로챔피언십을 화려한 대관식으로 장식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세계랭킹 2위 박성현(24)을 제쳐야 한다. 이정은은 지난달 24일 박성현이 출전한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한국여자골프 18홀 최소타 기록(60타)을 세우며 시즌 네번째 우승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박성현은 아이언샷 감각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로 귀국해 LPGA투어 상금1위의 위력은 보이지 못했다.
박성현은 29일 끝난 LPGA투어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때려내며 샷 감각 회복을 알렸다. 이번에는 이정은과 1라운드부터 힘겨루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포함하면 이번이 세번째 고국 무대에 출전하는 박성현은 "지난해 이 대회에 나오지 못한 아쉬움도 있는 데다 국내 팬들의 응원 소리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마음에 출전을 결정했다"고 출사표를 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상금왕을 코앞에 둔 김하늘(29)도 만만치 않다.
이번 시즌 일본에서 3승을 거두며 상금과 대상 포인트 1위를 질주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김하늘은 2011년 이 대회 챔피언이기도 하다.
김하늘은 2011년, 2012년에 KLPGA투어 상금왕에 올랐고 박성현은 지난해 상금왕이다. 이정은은 올해 상금왕이다.
한국, 미국, 일본 등 3개 투어 상금랭킹 1위끼리 대결뿐 아니라 KLPGA투어 역대 상금왕끼리 맞붙는 셈이다.
이정은은 "대상 받은 것만도 만족스럽다. 다른 타이틀은 굳이 욕심내지 않겠다"고 여유를 보였다.
평균타수 1위 경쟁에서 이정은을 추격하는 고진영(22) 역시 두마리 토끼 사냥에 나선다. 대회 2연패와 평균타수 1위 탈환이다.
고진영은 올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주가를 올렸다. 고진영은 올해 19차례만 대회에 나섰다. 이정은보다 6개 대회를 덜 치렀지만 상금에서는 3억원 차이 밖에 나지 않을만큼 실속을 챙겼다.
특히 우승 상금 3억원 짜리 특급대회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제패한 데 이어 KLPGA투어 상금 순위에 포함되지 않지만 우승 상금이 3억3천800만원에 이르는 LPGA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정상에도 올랐다.
올해부터 하이트 로고를 모자에 단 고진영은 이 대회를 겨냥해 제주에서 열린 SK핀크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을 건너뛰고 체력을 보강하고 샷을 가다듬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고진영은 김하늘, 전인지(24) 등의 추격을 따돌려 난도 높은 블루헤런 코스에 자신감도 높다.
이정은에 대상과 상금왕을 모두 내줘 무관으로 시즌을 마칠 위기의 김해림과 김지현(26)도 호락호락 물러날 생각은 없다. 적어도 다승왕 타이틀은 아직 희망이 있다. 2승을 올린 오지현(22)도 다승왕 경쟁에서 마지막 기회다.
박민지(19)과 장은수(19)가 벌이는 신인왕 경쟁도 이 대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메이저대회는 신인왕 포인트가 갑절이다.
1위 장은수는 굳히기, 2위 박민지는 뒤집기를 노린다.
'10대 라이벌' 최혜진(18)과 성은정(18)의 대결도 흥미롭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2차례나 프로 대회에서 우승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최혜진은 순조롭게 프로 무대에 연착륙했지만 프로 전향 이후 우승이 목마르다.
하지만 간절함에서는 성은정이 더하다. 최혜진처럼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 우승해 프로 무대에 진입하겠다는 복안이 실현되려면 이번 대회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내년 시드 유지가 아슬아슬한 하위권 선수들은 배수진을 쳤다.
상금랭킹 70위 밖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70위 이내로 올라서지 못하면 그대로 시즌이 끝난다. 시즌 마지막 대회는 이 대회 종료 시점 상금랭킹 70위 이내에만 출전권을 주기 때문이다. 내년 시드는 당연히 없어진다.
상금랭킹 60위 언저리에 걸친 선수들은 최대한 상금을 많이 따야 한다.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메이저대회답게 난도가 높다. 작년 우승 스코어가 4라운드 합계 8언더파였다. 올해도 두자리수 언더파 스코어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최종 라운드에서 15∼18번홀 난도를 더 높여 더 흥미진진한 우승 경쟁을 펼치도록 했다.
대회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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