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부부, 대학로 연극관람…"치매는 사회·정부의 숙제"
치매와 가족사랑 다룬 연극 '사랑해요, 당신' 관람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는 29일 "치매는 고령화 시대에 각 개인이나 가정에 반드시 찾아올 수 있는 문제이기에 사회·정부가 숙제라고 생각하고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부인 김숙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사랑해요, 당신'을 관람했다.
이 총리는 배재정 국무총리비서실장, 최병환 국무조정실 1차장 등과 연극을 보고, 배우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소감을 나눴다.
중장년층에게 큰 호응을 받는 연극 '사랑해요, 당신'은 항상 퉁명스러운 남편이 아내가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일상적으로 그렸다. 이날 주연은 장용·오미연씨가 맡았다.
이 총리는 연극 후반부에 눈물을 흘렸다. 그는 "치매에 걸린 아내를 요양원에 보내자는 말에 남편이 '네 엄마 없인 내가 못 살아'라는 대사를 듣고부터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기자 시절이던 1985년 남북이산가족 상봉 당시 치매와 관련한 취재 경험을 전했다.
이 총리는 "북에서 아들이 찾아와 어머니를 만났는데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다. 아들은 '어머니'를 부르며 울부짖는데 어머니는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돌부처같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며 "모든 기억이 사라져도 어딘가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 기억이 남아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또 치매 환자였던 미국 레이건 대통령과 관련한 일화도 전했다.
이 총리는 "레이건의 자서전 집필을 맡은 작가가 집무실에서, 공원에서, 커피숍에서 레이건과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하루는 레이건이 작가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 작가는 그 상황에 대해 '나는 그의 곁에서 그의 부재를 느꼈다'고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치매의 문제, 심각성을 일화를 들어 소개하며 '준비'를 강조했다.
이날 주연을 맡은 배우 오미연씨는 "중장년층이 많이 보러 오시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하루하루가 소중한 걸 안다"고 말했다.
올해 기준 노인인구는 전체인구 중 13.8%인 708만명, 치매환자는 72만명이다. 치매어르신이 늘면서 가족갈등과 해체, 조기퇴직, 동반자살까지 사회적 문제 또한 늘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시행해 올해부터 치매안심센터와 치매안심병원을 확충하고, 내년부터 중증치매환자 본인부담률 인하 등의 정책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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