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꼬 트고, 물길 내고…이명기, 호랑이 타선 깨우다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활약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시즌 초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외야수 이명기(30)가 잠자던 호랑이 타선을 깨우고 시리즈를 뒤집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KIA는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7 KBO 한국시리즈 두산 베어스와 3차전에서 6-3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 투수 중 수훈 선수가 선발 팻 딘이라면, 타자 쪽에서는 이명기의 이름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시리즈 1번 타자로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이명기는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단순하게 숫자만 본다면 그저 '잘한 편'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앞선 2경기 KIA의 답답했던 공격을 떠올리면 막힌 '혈'을 뚫었다는 점에서 수훈갑이라고 하기 충분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KIA는 2경기에서 팀 타율 0.190에 그쳤다. 적시타는 1차전 로저 버나디나가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날린 스리런 홈런이 전부였다.
정규시즌 우승으로 오랜만에 실전을 치르는 KIA 타선은 일단 홈에서 열린 1·2차전에서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명기가 3차전에서 '테이블 세터'와 '해결사' 역할을 동시에 해냈다.
KIA는 0-0으로 맞선 3회 초 선두타자 김선빈이 우익수 쪽 안타로 출루했다. 김호령의 희생 번트로 주자가 2루까지 갔지만, 김민식은 허무하게 내야 뜬공으로 물러났다.
2사 2루에서 타석에 선 이명기는 볼 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두산 선발 마이클 보우덴의 높은 슬라이더가 들어오자 마치 깎아 치듯 가볍게 배트를 내밀었다.
앞으로 나와서 수비하던 두산 좌익수 김재환은 다급하게 뒤로 물러났지만, 힘을 받은 타구는 김재환의 글러브를 살짝 비껴갔다. 2루 주자 김선빈이 여유 있게 홈을 밟을 만한 이명기의 선제 적시 2루타였다.
이명기의 타격감은 바로 다음 타석에서도 빛났다.
3-1로 앞선 가운데 5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명기는 이번에는 보우덴의 직구를 잡아당겨 잠실구장 외야 오른쪽 깊숙한 곳까지 타구를 보냈다.
2타석 연속 2루타를 터트린 이명기는 김주찬의 희생 번트로 3루, 로저 버나디나의 적시 안타로 홈을 밟았다.
경기에 앞서 김기태 감독은 '타격왕' 김선빈의 타순 상향 조정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명기도 있고, (김)주찬이도 있다"며 테이블 세터에 믿음을 드러냈다.
마치 이명기가 이날 경기에서 활약할 것을 예상했다는 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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