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앓는 기초수급대상자 할머니 전재산 기부 공증
20년전 복지공무원 도움으로 생활…"보답하겠다"
(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부산에서 말기 암을 앓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할머니가 전 재산을 좋은 일에 써 달라며 기부했다.
27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부산 서구 보수동에 사는 김순희(81) 씨는 최근 전 재산인 공시지가 2천900만원 상당의 다세대 주택을 기부한다는 유언 공증을 했다.
김 할머니는 2년 전 대장암과 소장암이 발견돼 수술했지만 최근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건강이 급속히 악화했다.
이에 할머니는 더 늦기 전에 20년 전의 약속을 지키고자 유산 기부를 결심했다.
김 할머니는 경북 풍기 7남매 집안에서 자랐으나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한 채 전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서른 살 즈음에 결혼하고 노점 등으로 생계를 꾸렸으나 자식이 없는 상태에서 20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생계가 막막해졌다.
이때부터 보수동 주민센터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인 전창곤 계장과 인연이 시작됐다.
전 계장은 혼자 된 할머니에게 기초생활수급자 등록을 해 매월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하고 정기적으로 할머니 집을 방문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등 할머니의 홀로서기를 도왔다.
당시 할머니는 "예전에는 굶어 죽는 사람도 있었는데 전 계장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아 살아갈 수 있었다"며 "죽기 전에 내가 받은 도움을 꼭 보답하겠다"고 말하곤 했다.
김 할머니는 최근 지병이 악화하자 전 계장을 찾아 "이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다"며 "더 늦어지면 할 수 없을 것 같아 지금이라도 유산을 기부해 좋은 일에 사용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신정택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은 "김 할머니가 혼자되면서 막막했을 당시 사회복지 공무원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며 "당시의 고마움을 갚고자 하는 할머니의 소중한 마음을 받들어 할머니 유산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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