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전장 활약상 기술 논란…"사기 꺾어" vs "실상 알려야"
전장 현실 모르는 부정적 기술 문제…범죄성 행위 외면 못 해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에서 최근 아프가니스탄 내 호주 특수부대의 활동을 상세히 다룬 책이 나오면서 국방 관계자들, 나아가 언론 간에도 논쟁이 일고 있다.
당시 전장의 현실을 모르는 부정적인 기술이 군인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당연히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26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크리스 매스터스는 신작 "최전선은 없다"(No Front Line)에서 2006년 아프간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놓고 다른 설명이 나오는 데 주목했다.
이 사건은 공수특전단(SAS) 소속 벤 로버츠 스미스 상병과 지금은 고인이 된 전우 매슈 로크가 탈레반의 염탐꾼으로 의심되는 한 아프간 남성을 추적해 사살한 내용이다.
이 책에 따르면 사살된 남성은 10대로, 다른 SAS 대원들은 이미 그를 죽일 필요까지는 없다고 결정한 상태였다. 하지만 스미스는 호주전쟁기념관 및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장에는 아프간 남성 2명과 무장한 탈레반 전사 1명이 있었다"고 당시 상황에 관해 다르게 설명하고 있었다.
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스미스는 현재는 군인으로서는 가장 영예로운 빅토리아 십자 훈장을 받은 소위 '전쟁 영웅'이다.
매스터스 기자가 이같은 차이점을 지적하고 나서자, 스미스는 뒤늦게 호주전쟁기념관 측에 기록의 정정을 요청했다. 사건 발생과 인터뷰 사이 6년간의 시점 차이, 또한 자신이 겪은 많은 전투로 자신의 기억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스미스는 지난 주말 보수성향 일간 디 오스트레일리언 인터뷰에서는 매스터스 기자를 맹렬히 비난하고 나섰다.
매스터스 기자가 아프간 내 SAS의 활동을 세세히 공개하는 것은 "반(反)호주적"이며 당시 사건 1년 후 전사한 동료 로크 병장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전직 국방장관 출신으로 현재 호주전쟁기념관 관장인 브렌던 넬슨도 "혼자 깨끗한 척하고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아프간 내 특수부대의 작전에 관해 사후에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못마땅해 했다.
그러나 공영 ABC 방송은 인터넷판에서 매스터스가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으며 특수부대원 모두가 아프간에서 있었던 일이 제대로 공개되는 것을 꺼리지는 않는다고 보도했다.
언론인으로서 당시 비공식적인 '살인 경쟁'이 있었고 탈레반을 포로로 잡는 것을 꺼렸다거나, 죽은 아프간인의 몸에 총기를 꽂는 것과 함께 약물을 남용하거나 약자 괴롭히기 등의 많은 소문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방송은 또 익명의 군인들 말을 인용해 "아프간 내 공로에 대한 과장으로 인해 병사들은 마치 자신들이 로마 검투사처럼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것처럼 느낀다"거나 "우리는 한 병사의 손실을 국가적인 비극으로 애도하지만, 사실은 개인적인 비극"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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