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서 대선 재투표 강행…경찰-시위대 충돌로 사상자 속출(종합)
총격 받은 시위 참가자 최소 1명 사망·3명 부상
야권 대표 불출마 속 케냐타 현 대통령 압승 전망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대법원 판결에 따라 26일(현지시간) 대선 재투표가 시행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경찰과 대선 거부 시위대가 충돌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케냐 언론과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케냐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6시께 수도 나이로비 중심부를 포함해 전역 대부분 지역에서 삼엄한 경비 속에 대선 재투표를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내기로 했다.
그러나 케냐 야권 대표인 라일라 오딩가와 그 지지자들이 대선 거부 시위를 곳곳에서 벌이면서 파행이 속출했다.
나이로비 빈민가인 키베라와 서부 키수무 지역에서는 오전부터 수백명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친 채 투표소 진입로를 막고 경찰과 대치했다.
그러자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며 해산에 나섰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맞섰다.
키수무에서는 양측 충돌 때 총격을 받은 시위 참가자 1명이 숨지고 최소 3명이 다쳤다고 경찰은 전했다.
케냐에서 야권 성향이 강한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소가 아예 문을 열지 못하거나 산발적 충돌이 벌어졌다.
우후루 케냐타 대통령은 이날 초등학교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나서 "국민의 투표 권리를 방해한 이들에게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마라가 케냐 대법원장은 자신의 부인과 함께 투표를 했다. 대법원은 전날 대선 시행일을 연기해달라는 청원에 대한 심리를 판사 정족수 미달로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케냐 선관위는 예정대로 26일 대선 재투표를 강행하겠다고 전날 발표했다.
그러자 오딩가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가가 치러질 수 없다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말고 집에 머물라"라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재투표가 일정대로 끝난다면 재선을 노리는 우후루 케냐 대통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강력한 라이벌 후보인 오딩가가 빠진 이번 재선거에서 나머지 군소 후보 5명을 손쉽게 물리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투표율은 저조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앞서 케냐에서는 지난 8월 치른 대선에서 케냐타 대통령이 당선된 것으로 발표된 선거 결과를 대법원이 무효로 하면서 케냐타 대통령과 2위를 차지했던 오딩가 후보가 다시 대결하라고 판결했다. 케냐타 대통령은 당시 표결에서 54.27%의 득표율로, 44.74%에 그친 오딩가 후보를 따돌렸다.
이 판결 직후 케냐타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그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오딩가 후보는 선관위 위원 중 일부를 교체하고 몇 가지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다시 치러지는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케냐에서는 지난 8월 대선 이후 부정 선거 공방 속에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등으로 약 70명이 숨졌다.
10년전에도 케냐에서는 대선 직후 부정선거 논란 끝에 최악의 유혈사태가 발생해 1천100명이 숨지고 60만여명이 집을 떠나 다른 곳으로 피신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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