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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수효과(VFX)는 내 손에' 네팔 김영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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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수효과(VFX)는 내 손에' 네팔 김영인 대표

사업실패·지진 상흔 딛고 성공가도…"네팔 청년에 희망주겠다"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터널',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유리정원', '브이아이피(VIP), '쿵푸 요가', '고검기담', '오공전', '더 그레이트 월', '크리미널 마인드'….

한국과 중국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이들 영화에 박진감과 생동감을 불어넣어 준 시각적 특수효과(VFX) 처리 회사가 네팔에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그것도 전 세계를 놀라게 한 2015년 대지진 때 그곳에 설립해 현지 청년들과 함께 알토란같은 회사를 만들어가고 있다면?

그 회사 이름은 그리스어로 '행복'이란 뜻의 '마카리오스'. 30여 명의 직원이 이름만 대면 알만한 영화들의 후반 작업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이들의 조련사는 바로 김영인(52) 대표. 그는 지진의 상흔으로 꿈을 잃은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번듯한 일터를 꾸려가고 있다.

국내 A사와 합작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김 대표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중국 그리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의 VFX를 우리 회사가 맡아서 제작하고 있다"며 "다음 주부터는 한국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조선명탐정3'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곧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리스의 3D 애니메이션을 외주 받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 '미니특공대'도 만들 계획이다.

VFX 업계에 '잘한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주가 늘어나 직원을 더 늘리기로 하고, 30여 명을 선발해 현재 교육을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베트남 호찌민에 지사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영화의 VFX와 스크린X(영화관에서 전방과 좌우 벽면을 동시에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상영시스템)작업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영화 한 편 전체 작업을 우리가 처리하는 것이 목표"라며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10배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네팔 청년들과 꿈을 이뤄가는 김 대표의 성공은 실패를 딛고 이뤄졌다. 호주에 유학해 대학을 졸업하고 귀국한 그는 그야말로 잘나갔다. 중국 베이징가나유한공사 부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베이징 사무소장을 지낸 뒤 사업에 뛰어들었다.

"컨설팅회사인 '모라비나'를 설립해 베트남 호찌민에서 우리투자증권과 CBV 베트남 증권회사를 합병시켰어요. 현재 우리 CBV 증권회사가 탄생한 것은 바로 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죠.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러나 번 돈을 고스란히 날리는 데는 순식간이었다. 필리핀 사업에 잘못 투자하면서 쫄딱 망한 것이다. 하지만 2010년, 머리나 식히겠다고 찾아간 네팔은 그를 따뜻하게 품어줬다.

방송 쪽에서 잠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네팔 현지 라디오와 TV 방송국에서 한국어 교육 방송을 시작했다. 6개월 동안 방영한 콘텐츠 51편을 유튜브에 올리자 조회 수가 10만을 넘었다. 인터넷 보급률 2∼3% 정도를 고려하면 그 숫자는 어마어마한 것이다.

"네팔인들은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 해요. 월급의 10배 이상을 벌 수 있으니까요. 한국어 학원이 많이 있는데, 한 달 월급을 지불해야 1개월을 배울 수 있는데도 늘 수강하려는 학생들로 넘쳐납니다. 당시 제가 방송을 한 것은 산간 오지 등 돈이 없는 가난한 네팔인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무료 학원을 열어 라디오, TV 미디어 교육도 진행했다. 라디오 엔지니어링과 방송용 카메라 조작법, 필름 편집 그리고 아나운서 교육을 해 3년 동안 150명을 배출했다.




"가난한 네팔 청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최고 번화가에 있는 호텔 라운지를 임대해 한식당을 개업했어요. 동시에 VFX와 3D 애니메이션 회사인 마카리오스도 설립했죠. 200평이 넘는 호텔 식당에 정자를 만들어 한국 분위기를 살렸어요. 산골에 있는 청년들을 고용해 한식 교육도 했지요. 그런데 개업한 지 정확히 4개월 만에 대지진이 발생해 건물 전체가 갈라지는 불운을 맞았습니다."

모든 걸 접고 귀국을 시도하다가 문득 한식 교육에 참가했던 네팔 청년들이 머릿속에 남았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붙든 것이 마카리오스다. '빨리 망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회의적으로 시작한 그 사업이 지금은 네팔 청년들의 미래가 될 줄 그도 잘 몰랐다고 한다.

그는 "네팔 젊은이들이 섬세하고, 기술 습득력도 빨라 영화 특수효과 처리 등 후반 작업에 적격"이라며 "무엇보다 인건비가 저렴한 것이 VFX 회사에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정확한 계획과 지칠 줄 모르는 추진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사업을 하면 하늘이 꼭 돕는다는 것을 네팔 청년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며 "이제 네팔은 제2의 고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네팔 카트만두 지회장을 맡고 있다.




gh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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