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 패배' KIA, 안치홍 실책이 불러온 나비효과
안치홍 실책으로 4회 23구 더 던진 헥터, 5회 '와르르'
(광주=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2루수 안치홍은 공 한 개를 놓쳤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하나의 실책이 엄청난 결과로 돌아왔다.
KIA 타이거즈는 25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2017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3-5로 패했다.
KIA는 비록 1차전을 내줬지만 2차전에서 22년 만에 국내 선수 선발 20승을 달성한 양현종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양현종이 올 시즌 두산전에서 평균자책점 6.17로 부진했다는 점이 KIA에는 고민이다. KIA의 한국시리즈 10전 10승의 '불패 신화'에 위기감이 찾아왔다.
이날 한국시리즈 1차전은 올해 최고의 외국인 투수(헥터 노에시)와 지난해 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투수(더스틴 니퍼트)의 맞대결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3주를 푹 쉰 헥터의 공에는 힘이 넘쳤다. 한복판 공에도 두산 타자들의 배트가 여러 차례 부러져나갔다.
두산 선발 니퍼트 역시 플레이오프 1차전 5⅓이닝 6실점(5자책)의 충격을 딛고 호투를 펼쳤다.
0-0의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던 경기는 4회 초 균열이 생겼다. KIA의 2루수 안치홍의 실책 하나가 나비효과가 돼 돌아왔다.
4회 초 1사 후 김재환, 오재일에게 연속 볼넷을 내준 헥터는 다음 타자 양의지를 상대로 2구째 147㎞ 직구를 몸쪽 코스에 찔러넣었다.
양의지의 배트가 부러졌고, 먹힌 타구는 2루수 안치홍 앞으로 향했다.
안치홍이 민첩하게 잡았다면 병살까지도 노려볼만한 타구였다.
설사 병살이 어렵다 해도 양의지의 발이 느린 터라 적어도 타자 주자를 1루에서 여유 있게 아웃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안치홍은 생각보다 약간 더 튀어 오른 타구를 한 번에 잡지 못하고 흘렸다.
병살타로 끝낼 이닝이 만루 위기로 흐름이 꼬였다. 주자가 꽉 찬 상황이라 헥터는 공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박세혁(12구)과 오재원(8구)은 그런 헥터를 끈질기게 물고 물어졌다.
헥터는 박세혁은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오재원에게는 밀어내기 볼넷으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안치홍의 실수 하나로 헥터는 23구를 더 던지고 나서야 힘겹게 4회를 마무리했다.
사실 헥터가 4회까지 던진 공의 개수는 71개로 많지 않았지만 그중 절반 이상인 34개를 4회 한 이닝에 몰아서 던진 것이 문제였다.
남다른 회복력을 자랑하는 헥터도 이에 따른 피로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헥터는 5회 초 1사 2루에서 김재환에게 투런 홈런, 이어 오재일에게 솔로 홈런을 내주고 고개를 숙였다.
뼈아픈 실책을 저지른 안치홍은 타석에서 이를 악물었다.
3타수 2안타를 친 상황에서 3-5로 뒤진 8회 말 무사 1, 2루의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의 실책을 만회할 기회였지만 잘 맞은 타구가 3루수 허경민의 정면으로 향했다.
허경민은 마치 안치홍에게 수비의 모범을 보여주듯 3루 베이스를 찍은 뒤 1루에 공을 뿌려 깔끔하게 병살 플레이를 완성했다.
'수비를 지배하는 자, 경기를 지배한다'는 야구 격언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 경기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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