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사상' 당장 삽입, 시진핑=공산당 의미…인민 행동지침"
35년만의 최대폭 개정…일대일로·마오쩌둥 발언도 당장 삽입
덩샤오핑 시대와 선긋는 30년 '창치라이(强起來)' 신시대 선언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사상'의 당장(黨章·당헌) 삽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치지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앞으로 30여년간 중국의 사상적 영도자로서 지위를 제도화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공산당이 24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 폐막식에서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당의 지도사상으로 편입하는 당장 개정안을 당대표 2천200여명의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개정된 당장은 즉각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시진핑 신시대 사상'은 마르크스 레닌주의,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과 함께 중국 공산당과 중국 인민들의 '행동 지침'이 된다.
장밍(張鳴) 중국 인민대 교수는 "'시진핑 사상'의 당장 삽입은 시 주석의 당내 지위가 지극히 높음을 제도적으로 규정한 것"이라며 "시 주석은 정치적 권위나 사상적 권위 두 측면에서 정상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산당과 시진핑을 동격으로 규정한 것으로 '시진핑 사상'과 이에 따른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에 대한 배신, 반역으로 규정된다.
중국 공산당이 1921년 창당한 이래 모두 17차례의 당장 개정이 있었는데 현재의 당장은 덩샤오핑 시대인 1982년 12차 당대회에서 통과된 당장을 기초로 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 도입, 개인숭배 금지 등이 그 때 이뤄졌다.
이번 당장 개정은 중국을 강하게 만드는, 창치라이(强起來) 전략을 담으면서 덩샤오핑 시대와 선을 긋고 있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떨쳐 일어나게(站起來·잔치라이) 하고, 덩샤오핑이 부유하게(富起來·푸치라이) 만들었던 것에 대비된 3단계 발전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신중국이 성립된 1949년부터 개혁·개방이 시작된 1979년까지 30년이 마오쩌둥 사상으로 '잔치라이'하는 기간이었다면 이후는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으로 '푸치라이'하는 기간으로 삼았다.
시 주석은 자신이 집권한 2012년부터를 '창치라이'하는 '신시대'로 규정하고 신중국 성립 100주년을 맞는 2049년까지 앞으로 30여년을 '시진핑 사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포부를 담았다.
통상 다음 5년의 국정방향을 짜는 당대회에서 향후 30년을 규정하고 해야 할 일을 설계하는 일은 중국 공산당 역사에서 마오쩌둥, 덩샤오핑 말고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 덩샤오핑급의 지도자 반열에 올랐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중국 정치학자 후싱더우(胡星斗)는 "중국에는 군사합일(君師合一)의 전통이 있는데 여기에서 군은 '사상적 지도자'를 의미한다"며 "시진핑이 첫 임기 5년을 마치자 마자 이런 목표를 달성한 것은 중국 역사에서도 매우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번 당장 개정안은 '시진핑 사상'의 삽입과 함께 10여개 내용을 증설했다.
시진핑이 주창한 종엄치당(從嚴治黨·엄격한 당 관리), 반부패 투쟁도 당장에 삽입됐고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건설계획도 포함시켜 당정 전체가 지속적으로 강력 추진해야 할 과제로 삼았다.
이는 시진핑 권력의 강화를 암시하는 것은 물론 시 주석이 임기 만료후 물러나더라도 당의 장기 정책으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당장 개정 결의문은 또 "당의 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가장 본질적 특징이며 최대 경쟁력"이라며 "'당, 정, 군, 민, 학생과 전국 동, 서, 남, 북, 중부는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黨是領導一切的)'는 정치 원칙도 당장에 삽입됐다"고 밝혔다.
이중에서 '당이 모든 것을 영도한다'는 표현은 마오쩌둥이 1942년부터 여러차례 언급했던 말이다. 장시셴(張希賢) 중앙당교 교수는 "이는 개혁·개방 40년만에 처음으로 사회주의 건설 시기의 표현을 재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장에 삽입된 지도사상이 외교 영역에도 손을 댄 것은 '시진핑 사상'이 처음이다. 국내 모순과 해결에 치중했던 이전의 지도사상과 다른 점이다.
이는 중국을 강성하게 하는 '창치라이'와 관련,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높이고 중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외관계의 방침도 설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허신위안(賀新元) 중국 사회과학원 마르크스주의중국화연구부 부주임은 "이전과 비교해볼 때 이번 당장 개정의 폭과 강도, 심도는 1982년 당장 개정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당장 개정에 당초 예측됐던 당 주석제 부활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당내에서 지나친 권력집중에 대한 경계 및 견제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주석제는 문화대혁명 직후 마오쩌둥 후계자였던 화궈펑(華國鋒)을 마지막으로 1982년 폐지된 제도로 상무위원회 결정에 대한 거부권이 주어져 상무위원의 1인1표 집단지도체제에 반한다.
당 주석제 부활이 1인 절대권력 체제로 회귀해 결국 집단지도체제를 와해시킬 것이라는 반론에 밀려 시 주석이 일찌감치 당 주석제 도입은 포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사평론가 천제런(陳杰人)은 "당장 개정은 모든 분야에서 미래의 업적까지 내세워 공산당 일당체제의 정당성과 합법성을 지키려는 명분"이라며 "이상 실현을 위한 고도의 이론체계가 담겨야 하는데 지나치게 많은 정책적 내용이 들어간 것은 일부 당원들의 의구심을 살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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