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카탈루냐 공영방송도 '접수' 계획…언론인들 반발
카탈루냐 TV3 방송 겨냥…중앙정부 방침 거스르는 인사들 해임 계획
스페인 전역서 "정치권력의 언론 개입…민주주의 훼손" 비판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 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무력화하는 방안의 하나로 준비 중인 공영방송사 개입 구상에 대해 카탈루냐는 물론 스페인 전역의 언론 종사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미디어를 정치권력에 종속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이다.
24일 스페인 언론들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가 지난 21일(현지시간) 긴급 국무회의에서 마련한 카탈루냐 행정권 장악계획 중에는 '텔레커뮤니케이션과 디지털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운영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공공 인터넷 서비스나 방송까지 스페인 정부가 통제한다는 구상으로, 스페인은 중앙정부의 방침을 거스르는 카탈루냐 공영방송 임직원을 해임할 수 있다.
이런 계획은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운영자금을 지원해온 공영방송그룹 CCMA를 염두에 둔 것이다.
스페인은 그동안 CCMA에 소속된 지역방송 TV3와 카탈루냐라디오가 친(親) 자치정부 성향으로 분리독립 찬성 여론 조성에 이용됐다고 주장해왔다. TV3 내부에서도 보도방향이 지나치게 분리독립 찬성에 기울어 있다는 자성론이 제기된 적이 있다.
스페인 정부는 "진실하고 객관적이며 균형 잡힌 정보를 보장하고, 정치·사회·문화적 다원주의와 영토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소라야 사엔스 데 산타마리아 스페인 부총리도 23일(현지시간) 온다체로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정부는 카탈루냐 공영매체들이 중립적인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구상에 대해 카탈루냐는 물론 스페인 전역의 언론인들 사이에서 "정권의 노골적인 언론장악 기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스페인 공영방송그룹 RTVE의 기자협회는 성명을 내고 "공영 언론사들은 시민을 위해 복무하지 정부를 위해 복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수도 마드리드의 지역방송인 텔레마드리드 방송사 노조도 성명을 내고 "공영 또는 민영 미디어에 대한 정치적 개입 시도에 반대한다"면서 "정치권력이 공영언론을 종속시키는 행위는 사회·정치적 다원주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카탈루냐 지방과 마찬가지로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바스크 지방의 공영방송 EiTB 노조도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스페인 정부를 비난했다. 바스크 지방은 오랜 기간 스페인 정부를 상대로 무장독립투쟁을 벌여온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가 불과 몇 년 전에야 완전 무장해제를 선언한 곳으로 스페인과 앙금이 남아있는 곳이다.
유럽 32개국의 32만 언론인을 회원으로 둔 유럽언론인연맹(EFJ) 역시 "언론사에 대한 용인할 수 없는 정치적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 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매체 더로컬과 인터뷰에서 "권위주의적 국가들이 대부분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했다. 헝가리나 폴란드 등 민주주의 규범에 적대적인 정부들도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프로파간다 기구로 전락시켰다"면서 "스페인의 공영언론 개입 시도를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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