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충북에 50m 레인 단 2개…"수영장이 아니라 목욕탕"
전국체전 수영 출전 선수, 시설 부족해 몸도 제대로 못 풀고 경기
박태환은 난입한 관중에 훈련 중 난데없는 사인회까지
(청주=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제98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수영 종목은 나흘째인 24일까지 7개의 한국 신기록을 배출하며 성공적인 대회를 보내고 있다.
'신기록 행진'은 훈련 장소부터 턱없이 부족한 열악한 환경에서 나온 것이라 더욱 뜻깊다.
이번 대회 수영 종목은 청주시에 있는 충북학생수영장과 청주실내수영장 두 군데서 열린다.
충북학생수영장에서는 다이빙과 핀수영, 근대 5종 경기가 열리고, 청주실내수영장은 경영 전 종목과 수구 경기가 펼쳐진다.
문제는 두 곳 모두 보조 수영장이 없어 선수들이 컨디션 유지에 애를 먹었다.
A 선수는 "원래 경기 전 2시간 전부터 물에서 몸을 풀고 실전에 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는 보조 풀이 없어서 제대로 몸도 못 풀고 나갔다. 오전 경기가 10시부터라 6시 반부터 수영장을 오픈했다. 그래도 선수가 너무 많아서 제대로 운동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보조 수영장이 없다 보니 선수들은 아침 일찍 수영장에 나와서 다른 선수와 부대끼며 몸풀기에 나서야 한다.
B 코치는 "훈련할 때 보면 이건 수영장이 아니라 목욕탕이다. 선수끼리 부딪치는 일도 다반사다.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수영장만 부족한 게 아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선수들이 대기할 공간 자체가 부족하다.
주최 측은 청주실내수영장 바로 옆에 자리한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 선수 대기소를 마련했다.
선수와 코치, 가족들은 체육관에 텐트를 치고 대기한다. 편의 시설이 부족해 화장실은 항상 '만원'이다.
이러한 지적에 주최 측은 도내에 경기 할 수 있는 수영장 자체가 부족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충북 지역에 경기할 수 있는 50m 정규 규격 레인이 충북학생수영장과 청주실내수영장 단 두 곳뿐이다. 청주실내수영장은 최근 리모델링을 마쳤지만, 워낙 오래된 곳이라 부족한 면이 없지 않다"고 해명했다.
관중 통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영 경기가 열린 청주실내수영장은 지상 1층에 관중석이 있고, 지하 1층에 경기장과 선수 대기소 등이 있는 구조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ID 미소지자는 출입 불가'라고 써놓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아무나 드나든다.
박태환은 21일 오후 훈련 도중 갑자기 몰려든 팬들 때문에 때아닌 '사인회'까지 열었다.
박태환이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물 밖으로 나올 때마다 팬들이 사인 요청을 하는 통에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몇몇 팬은 선수 대기실까지 박태환을 쫓아갔지만, 그들을 제지하는 요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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