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임박 호주 역외난민시설 충돌 우려…600명 이주 거부
파푸아뉴기니 시설 이달 말 폐쇄…호주정부-난민 강대강 대치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오스트레일리안 드림(Australian Dream)'을 찾아 보트피플(선상난민)이 됐으나 호주 대신 인근 파푸아뉴기니에 수년간 수용된 약 600명의 망명 희망자 및 난민들이 갈림길에 섰다.
이들이 수용된 마누스 섬의 난민시설이 현지 정부 결정에 따라 1주일 후인 이달 말 폐쇄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이 호주 정부가 제안한 인근 대체 거주지로의 이주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충돌 가능성에 따른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고 호주 언론이 24일 보도했다.
호주 이민부의 마이클 페줄로 차관은 23일 상원 위원회에 출석해 현재 606명이 이주를 거부한 채 마누스 섬 시설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본래 마누스 섬 시설에는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출신 800명 이상이 수용돼 있었다. 일부는 차로 30분 거리의 대체 거주지인 로렌가우로 옮겼고, 또 다른 일부는 호주와 미국 간 난민협정에 따라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은 마누스 섬과 나우루공화국에 있는 호주의 역외 수용시설 수용자 중 최대 1천250명을 받아들일 예정이고 1차로 마누스 섬에서 25명, 나우루공화국에서 29명 등 모두 54명이 떠났다.
페줄로 차관은 이들 수용민이 이주를 끝내 거부할 경우 물리적 방법을 동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하면서도 내달부터는 이들에게 무단침입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혀 물리적 수단의 이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폐쇄 시한이 지나면 식량과 식수는 물론, 의료와 교육프로그램, 전기, 하수처리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이다.
녹색당과 인권단체들은 호주 정부가 4년이 넘도록 난민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주시키는 식으로 해법을 찾기보다는 또 다른 지옥으로 보내는 쪽으로 시도하는 것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호주 정부를 비난했다.
녹색당의 닉 맥킴 상원의원은 수용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전이 보장되지 않아 인명 손실마저 우려된다며 이전에 파푸아뉴기니 해군이 총을 쏴 부상자가 발생했고, 대체 거주지로 간 일부는 흉기로 공격을 받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페줄로 차관은 대체 거주지의 난민들은 원하는 대로 출입하고 있다며 이주를 거주하는 이들이 신변 안전보다는 호주로 가는 길이 더 멀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호주 정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선상난민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 아래 유엔과 국제인권단체의 인권탄압 비난에 끄떡도 하지 않고 있다. 대신 미국행이 불발된 난민들에게 미화 2만5천 달러(2천800만 원)를 제시하며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캄보디아나 파푸아뉴기니 등에 정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마누스 섬 난민시설은 2001년 개설돼 2004년까지 운영됐고, 2012년에 재개설됐다. 그러나 파푸아뉴기니 대법원이 지난해 4월 호주 망명을 희망하는 사람을 자국 내에 억류하는 조치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폐쇄의 길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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