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비좁은 싱가포르, 내년 2월부터 차량 증가율 '0%'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동남아시아의 도시국가 싱가포르에서 앞으로 새 차를 등록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
24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현재 0.25%인 승용차와 오토바이 등록 대수 증가율을 내년 2월부터 2020년까지 0%로 하향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승용차와 오토바이에 대해 신규 '운행 증명서'(Certificates of Entitlement)를 발급하지 않음으로써, 전체 등록차량 대수를 내년 1월 말 상태로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다.
따라서 신규로 차량을 이용하려면 반납되는 운행 증명서를 추첨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다만,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에 대해서는 차량 증가율 0.25%를 유지하기로 했다.
싱가포르는 서울(605㎢)보다 조금 큰 697㎢의 국토에 580만 명의 인구가 산다.
승용차(렌터카 포함) 등록 대수는 60만대 안팎으로 서울 등 비슷한 크기의 다른 도시에 비해 훨씬 적다. 더욱이 교통혼잡을 막기 위해 정부가 '운행 증명서' 신규 발급을 제한하고 있어 교통체증이 심한 편도 아니다.
차량 가격(중형차 기준)도 미국의 4배에 달해 차량을 소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싱가포르가 차량 증가를 억제하기로 한 것은 한정된 국토에서 더는 차량을 위한 도로 비중을 늘릴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TA는 "이번 조치는 협소한 국토와 개선되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고려한 조처"라며 "이미 싱가포르 국토의 12%가 도로로 활용되고 있다. 도로망을 늘릴 여력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신 싱가포르는 지하철 등 철도를 지금보다 30% 늘리는 등 대중교통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정부는 앞으로 신규 철도 건설에 200억 싱가포르 달러(약 16조6천억원), 기존 철도 성능 개선과 버스 시스템 개선에 각각 40억 싱가포르 달러(약 3조3천억원)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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